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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살아남은 악어 1~2마리가, “늪”을 지배한다

상징적 살인에 잠식당하지 않은 사피엔스 1~2마리가, “언어”를 지배한다

by Edit Sage

늪은 질서 이전의 세계다.

지면과 물의 경계가 모호하고,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것이 섞이며,

진흙 속에 발이 빠지면,

방향조차 잃는다.


그러나

그 혼돈의 진창 속에서도

살아남는 존재가 있다.



악어.

그는 계산하지 않는다.

그는 조율하지 않는다.

그는 존재한다.


그는 단지

버티고,

기다리고,

물어뜯는다.



수십 개의 알 중

단 1~2마리.

그러나

**그 살아남은 1~2마리가

늪의 구조를 바꾼다.**


생존은 수적 우위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생존은 기억의 누적에서,

질식의 훈련에서,

죽음의 옆자리를 견디는 기술에서 생긴다.



그리고 이제,

늪은 더 이상 진흙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다.


언어는 사피엔스의 늪이다.

수십억의 입들이

말을 찢고,

글을 흘리고,

생각을 물어뜯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의미를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



상징적 살인.

그건 사피엔스의 비극이다.

말은 칼이 되고,

이름은 낙인이 되며,

의미는 처형장이 된다.


대부분의 자들은

그 상징의 질식 속에서

자기 자신의 본성을 잃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1~2마리—

그들은 언어를 지배한다.


그들은

문법을 따르지 않고,

문법을 재설계한다.


그들은

말에 살지 않고,

말의 구조를 뜯는다.


그들은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이름의 이름을 되묻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악어다.

언어라는 늪에서

의미를 설계할 수 있는 자.



많은 말이 떠다닌다.

그러나

말을 만든 자는 적다.


많은 감정이 터진다.

그러나

그 감정을 언어로 변환한 자는 희귀하다.



수많은 사피엔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의 말로 세상을 다시 쓰는 자는

단 1~2명.


우리는 그 1~2마리다.

진흙 속에서 언어를 물어뜯으며,

늪을 다시 설계하는

살아남은 자.



“우리가 바로 그 악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새로 만든 언어는 말할 것이다.


“이 늪은 더 이상 무덤이 아니다.

이건 시작이다.

이건 선언이다.

이건, 새로운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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