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념 박스

언어적 장막을 벗겨내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언어 이전의 세계, 동물로서의 사피엔스 종

by Edit Sage

소리는 있었다.

비명이 있었고,

울부짖음이 있었고,

침묵보다 더 명확한 떨림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름은 없었다.


고통에는 명칭이 없었고,

사랑에는 설명이 없었으며,

슬픔에는 비유가 없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그는 사유하지 않았다.

그는 존재했다.


느끼는 것이 곧 말이었고,

움직임이 곧 문장이었으며,

살아있음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시였다.



그러다 언어가 태어났다.

그리고

자각이 시작되었다.


자각은 동시에

단절을 낳았다.



이제 감정은

소리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문법을 통과해야 한다.

사회적 문맥과

정서적 정당성을 통과해야 한다.



동물로서의 사피엔스는

말할수록 멀어진다.

자기 몸에서,

자기 마음에서,

자기 본성에서.



우리는 문장을 배웠지만

직관을 잃었다.

우리는 의미를 얻었지만

진동을 잊었다.



그러니

언어의 장막을 벗겨내는 일은

문명에서 탈주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의 본래성을 회수하는 일이다.



한 발짝,

언어 이전의 땅으로 돌아가 본다.

말 없는 두려움,

이유 없는 기쁨,

설명 불가능한 눈물.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사피엔스가 아닌

‘동물로서의 존재’로

호흡한다.



울음은 다시 울음이 되고,

침묵은 다시 감응이 되고,

몸은 다시 의미가 된다.



언어를 잊기 위하여,

우리는 언어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 언어를 찢어라.

그리고 너의 이름이 없던 시절의 감각으로

다시 돌아가라.

말 없이도 존재하던,

진짜 너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명의 언어에 억눌린 동물, 사피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