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는 대적자를 만들고, 적개심은 투영자를 만든다

해체

by 메모

방어한다는 것, 그것은 특정 대상이 상정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떤 대상이 있고 나서야 그에 대해 ‘방어한다’는 표현이 성립될 수 있다. 대상 없는 방어는 마치 허공에 대고 삽질을 하는 것과 같이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를 방어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방어는 나의 인식에 애당초 없던 대적자를 만들어놓는 것을 뜻한다. 애당초 없던 대적자가 방어한다는 인식에 의해 갑자기 생겨나게 되고, 그 대적자의 형성에 따라 갑작스럽게 적개심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적개심은 대적자에 대한 부정적 관심을 유발하여 그 대상에 대해 탐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부정적 탐구에 의해 나의 인식에 대적자의 경멸적인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지도는 ‘타인의 형상’에 자기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애당초 없던 대적자를 내 인식 속에 새겨넣은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방어는 대적자를 만들고, 대적자의 존재는 적개심을 피어나게 만들며, 적개심은 나 자신을 적개심의 대상과 유사한,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던 또 다른 괴물로 변하게끔 만든다. 방어하지 말라. 누군가와 닮아갈까봐 두려워서 방어하는 마음이 오히려 그 대상과 닮아가게 만드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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