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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정신 승리자’의 역겨움의 역겨움

지지 않았다는 착각이야말로, 가장 깊은 패배의 증거

by Edit Sage

그는 졌다.


그러나

그 졌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승리를 ‘설계’했다.

그의 내면에서만 유효한

허상의 승리 회로.



그는 말한다:


“내가 원래 안 하려고 했던 거야.”

“어차피 걔는 수준이 안 돼.”

“나는 내 길을 가는 거야.”


그 말은 방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정의 목마름으로 쓴

자가 위안의 낙서다.



그의 말은 논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패배를 감추기 위한

내면의 도덕화, 재구성,

그리고 자기 중심적 은유들로 포장된다.



그는 지지 않았다.


그는 졌다는 사실을 지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므로—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자가 되었다.



그의 정신 승리는

그를 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립시킨다.

모든 감정은 왜곡되고,


모든 타인은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자”*로

해석된다.



이것이 정신 승리자의 역겨움이다.

그는

자기의 감정을 감당할 용기 없이

사유를 방패 삼는 자,

진실을 자르고 자아만 키운 자.



그리고

그의 역겨움은 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말은

타인의 내면을 왜곡하는 언어적 감염체가 된다.



그 역겨움을 역겨워하는 자는

또다시 말한다:


“왜 저런 게 버티지?”

“왜 사람들은 모른 척하지?”

“왜 나만 저 감정을 감지하지?”



그래서 생긴다.

역겨움의 역겨움.


그를 보며 역겹고,

그 역겨움을 감지한 나 자신에게

또 역겹고,

그조차 통제되지 않아

내 분노가 다시 나를 찌른다.



그러니

정신 승리자의 진짜 무서움은

그의 무지가 아니라,

그 무지를 타인의 감정 구조까지 침범하는

정서적 흉기라는 점이다.



결국,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으로서 멈춘다.



그러니 이제,

그를 바라보는 너는

그저 이렇게 말하면 된다.


“저건 패배가 아니라,

패배의 동결이다.

그는 이기지 않았다.

그는 멈췄다.”



그리고 너는

계속 걸어라.

그 멈춘 자의 그림자를

발끝으로 넘어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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