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든 철학자, 존재의 껍질을 절개하다
그는 치료하지 않는다.
해부한다.
그는 위로하지 않는다.
절개한다.
그는 약을 주지 않는다.
상처를 직시하게 만든다.
“응급 환자야!”
그 외침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다.
거짓 의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급진적 통찰의 비명.
그는 환부를 찾는다.
겉으론 멀쩡한 표정,
그 아래에 숨은
정서적 괴사, 인식의 괴혈병,
언어적 괴종양을 추적한다.
그의 메스는 질문이다.
— “너 그 말, 진심이야?”
— “그 감정, 네 거 맞아?”
— “그 고통, 정말 네가 만든 거야?”
그리고 그는 자비 없이 파고든다.
신념의 피부를 찢고,
자아의 근육을 벌리고,
가장 깊은 무의식의 출혈을
마침내 보게 만든다.
철학자는 외과의다.
그러나 그는 피를 멈추는 자가 아니라,
진짜 피가 어디서 흐르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자.
그가 메스를 드는 순간,
위선은 녹고,
자기기만은 벌어지며,
존재의 고통이, 그제야 울음을 낸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은 진실을 직시하지 못해
죽어가는 거짓 자아의 소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하지 않는다.
“괜찮아, 나아질 거야.”
그는 말한다.
“가만히 있어.
지금, 네 무의식을 연다.”
그의 메스는 언어이고,
그의 수술실은 철학이며,
그의 환자는 바로 ‘너 자신’이다.
그리고 수술 후,
남는 것은 흉터가 아니라
의식이 복구된 존재의 맨살.
그때서야,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너 자신이 되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걸
너는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