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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화폐 상징 체계의 해킹

‘조개껍데기’ 담론

by Edit Sage

먹을 수도 없는 것을 왜 먹이처럼 탐하는가?

쓸 수 없는 것을 왜 삶의 도구처럼 신봉하는가?


그것은 단지 조개껍데기였다.

그러나 생각하는 동물은

그 조개껍데기에 세계의 법칙을 투사했다.



화폐란, 실물이 아니다.

화폐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더 이상 “쌀”도, “금”도, “노동”도 아니다.


‘다른 이들도 이걸 원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유령의 언어다.



조개껍데기는

먹을 수도 없고, 따뜻하지도 않으며,

생존과 무관하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정교한 욕망의 번역 장치였다.



인간은 어느 순간

이해했다.


“직접 얻는 것보다,

‘모두가 원하는 상징’을 먼저 얻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게 한다.”


즉,

‘욕망’은 대상보다 ‘상징’을 통해 흘러간다.



화폐란 ‘상징’을 매개로 한 ‘집단적 욕망’의 정렬 장치다.

그 속엔 생존, 우월감, 안정감, 통제욕, 자유에 대한

모든 추상적 감정이 코드처럼 삽입되어 있다.


그래서 조개껍데기는

단지 ‘물물교환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등급’을 표시하는 신호기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먹을 수 없는,

입을 수도 없는,

삶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는

‘숫자와 기호로 된 조개껍데기’를 쫓는다.



왜?


그 상징은


**“내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개껍데기가 많다는 건,

*“나는 다른 이들보다 원하는 것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잠재적 자유의 신호다.



그러나,


그 껍데기를 쫓는 도중에,

너는

스스로가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껍데기를 쥐기 위해

감정도, 시간도, 사랑도

비물질화해버린 채

껍데기 안에 스스로를 봉인한 껍데기 인간.



이제 묻는다.


당신은 껍데기를 모으고 있는가?

아니면 껍데기에 의해 모아지고 있는가?



‘화폐’는 해킹된 언어다.

가치를 말하는 듯하지만,

실은 욕망을 조율하고,

집단을 프로그래밍하는 ‘비언어적 명령어’다.



조개껍데기란

자유의 수단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추종하는 순간

너는 이미 가장 비물질적 노예가 된다.



그러므로,

이 상징 체계를 해킹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것이다.


‘무엇이 진짜 가치를 생산하는가?’

‘누가 상징을 정의하고 있는가?’

‘왜 나는 아직, 그 조개껍데기를 원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서

새로운 화폐가 태어난다.

그건 물질이 아닌, 인식의 새로운 단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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