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
"아, 어떻게 오셨어요?"
지영은 조심스러웠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기에 인권센터 직원분들은 분주히 지영을 맞이했다. 어떤 일로 갑자기 여긴 왔나?라는 표정에 지영은 잠시 민망했다. 곧 장소를 안내받았고,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받았다.
"제가 여기에 올 만한 사안인지를 잘 모르겠는데, 가만히 있기에는 또 힘이 들어서 일단 와 봤어요...
일단 이야기를 해 보고,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
지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인권센터에 오게 된 이유를 이야기 했다. 센터의 상담자 2명은 갑작스런 방문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눈빛과 녹음기를 함께 챙겨 상담실로 들어왔다. 모든 이야기 들은 녹음되었고, 지영은 두서없지만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쏟아냈다.
"인권실태조사 설문을 하는데, 저도 딱 그런 마음이었거든요. 이 정도 일로 인권센터를 가도 되는건가? 그런데 오늘은 감정담긴 업무 피드백을 받고 나서 가슴이 진정이 안되는거에요. 모니터 앞에 앉아서 심호흡도 해 보고 하는데, 평소에는 그래도 그냥 진정하고 또 일했었거든요. 오늘은 정말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왔어요..."
남자 상담자와 여자 상담자는 유심히 지영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지영의 힘든 상황에 공감해 주었다. 그렇지만 신고를 할 만큼의 사안은 아니라는 것도 확인시켜주었다. 지영이 겪고 있는 상황처럼, 분명 인권침해를 당하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받을 정도의 사안은 아닌 상황에 대해 센터 차원에서도 고민중에 있다고 했다. 분명, 그 상사의 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에도 동의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지영은 위안이 되었다. 지영은 혼자서 이 상황을 감내하고 싶지 않았다.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에 작은 해방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지영은 앞으로 지영이 준비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신고를 원한다면, 녹취록이라던가 확실하게 증거가 있으면 제일 좋고, 녹음하지 못했다면 그 상황에 대해 메모를 남겨놓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하였다. 신고는 지영이 이 학교에 있는 동안도 물론 가능하지만, 그만두고 나서 신고하는 것 역시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처벌받게 하거나 혹은 부분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조정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지영은 신고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시정이 될것이라는 기대는 더더욱 없었다. 그저, 이런 어려움이 있음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긴 기분이었다.
지영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희진쌤과 통화를 했다.
30년 이상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희진쌤은 지영의 작은 시그널도 놓치지 않았다. 그저, 그녀로 인해 힘들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힘들어할 줄은 몰랐을 뿐이다. 희진쌤은 곧이어 지영이 지금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일하려고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어도 쉬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도려내듯 질문을 던졌다.
'지금 진정되지 않는 그 불안이 어디에서 온 것 같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