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회색돌

by 다림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란?


관심받는 것을 싫어하고 대인관계가 활발하지 않다.


뚱 하고, 불편불만이 많은 편.


주변 탓을 많이 함.


타인에게 비판적이고, 자신이 지적받는 것은 용납 못함. 분노감 표출.


과대사고가 내면에 존재하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며 특권의식이 있음.


피해자 코스프레에 능숙함.


공감능력이 손상됨.


착취적이고 관계가 피상적임.


감정조절이 어려움.


통제적이고, 의심이 강함.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지가 부족함.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함.


선을 넘는 행동을 많이 함.


수동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함.




MZ꼰대란?


내면에 권위적이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태도.


소통은 강조하지만, 자신의 방식만 강요.


자율성을 말하지만 결과는 내 마음대로


개성존중을 말하지만, 남의 선택엔 평가 가득


나이에 관계없이 틀에 박힌 사고와 이중적인 태도가 있다면 젊은 꼰대!


말은 민주주의, 행동은 독재주의.


자유롭게 하라고 해놓고 결과를 간섭함.


의사소통 방식이나 협업태도가 위계적이고, 일방적이며, '내가 정답'




인터넷을 검색해 보던 지영은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런 사람 저 알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영은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녀에게 분명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곤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무수히 많은 글들이 이런 상황이나 대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고, 반가웠다.




결론은 거리를 두는 것, 최대한 업무 외적으로는 엮이지 않는 것.


상대하려고 하지 말고 피해라. 복수하려고 하지마라.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다.


친절하게 대하고, 이해하려 할 수록 만만하게 보고, 먹잇감이 될 수 있으니, 회색돌처럼 대처할 것.




지영은 자신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친절함과 배려가 누군가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끼쳤다.


지영은 스스로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딴 세상 이야기 같았다.


딴 세상 이야기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머리가 쭈뼛 섰다.




지영은 지금까지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 왔었나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문득, 그 때 그 사람도? 하며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처럼 평일 동안 매일 볼 일이 없었을뿐, 자기중심성으로 똘똘 뭉쳐있던 몇몇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렇게 찐하게 데여보지 않았을뿐. 언제나 나는 먹잇감의 위치였다.


기꺼이 먹혀주어서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까!







"감정표현을 최소화 하고, 회색돌처럼 대처하는 것."







지영은 이 대처방식이 텍스트로만 이해되었다. 누구보다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타인의 변화에 민감하며, 반응이 빠른 지영이었다. 그런 지영에게 회색돌처럼 생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하고, 뭐든 즐겁게 생활하는 것. 카톡이나 메일 보다는 대화를 더 좋아하는 지영에게는 새로운 페르소나가 필요했다.




지영은 이 일을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각자가 겪었던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떠올리며, 입을 모아 최대한 반응하지 말고 업무적인 대화만 나누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향은 정해졌다. 그렇지만 피를 모두 뽑아내고, 새로운 피로 수혈을 해야만 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지영하면 리액션이 생각날 정도인데, 그걸 빼라니.




지영은 또 하나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다. 지영은 자신을 위해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고,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지영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시탐탐 그녀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듯한 자신의 마음이 느껴졌다. 문득 그녀가 기분 좋아보이는 어느 날, 지영은 자동적으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또 가까워지려는 스스로에게 경고를 날렸다. 여전히 지영은 그녀의 그날 그날 기분에 영향을 받고 있었고, 이왕이면 그녀와 좋은 관계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말도 안되는 마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챗GPT와 대화를 시도해 본다. 어머나, 지영은 챗GPT에게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영보다 더 지영의 마음을 그럴듯하게 해석해 준다. 지영은 자신의 마음이 어쩌면 챗GPT가 말한 이유일지도 모른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상대방에게서 오는 새로운 감정소모라기 보다는 이전에 내가 편안하게 느꼈던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아쉬움일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애도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 자체가 나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품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관계는 감정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지금은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의 정신건강과 평화를 위해 중요합니다.




불편한 관계에서 오는 빈자리를 다른 건강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통해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동료들이나 직장 밖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으로 감정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보세요. 그리고 이런 관계 자체가 불편하다는 표현보다는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대처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나의 감정을 위해 가장 현명한 길을 가고 있다.'이런 관점으로 전환해 보세요.' 란다.




지영은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애도과정'일 수 있다는 가정이 가슴이 와 닿았다. 지금의 결정이 아무리 스스로를 위한 결정이었다지만, 한때 소중했고 익숙했던 관계가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었으리라. 그 관계가 좋든 싫든 지영의 삶의 한 부분이었을테니까.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가졌던 희망과 익숙한 패턴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일 수 있다.




지영은 처음 그녀가 임용되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당시 같이 일하던 동료의 만행에 힘들어하던 때, 그녀의 등장은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야수에게 쫓기는 나를 구해주는 든든한 구세주였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더한 놈이 굴러들어온 격이다. 다만, 당시에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그런 구세주 같았던 존재가 없어진 셈이다.




그리고 지영은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고, 배려하는 것이 기본옵션으로 장착된 사람이었다. 때문에 관계 속에서 그녀의 지지자의 역할이 되어주고자 했고, 그런 역할이 의미있다고 여겼다. 그랬던 지영은 그녀와의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던 자신의 일부를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다. 또한, 그간 그녀를 위해 쏟았던 시간과 노력과 감정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하는 그런 상실감들을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채 겪었을지 모른다.




'나를 위한 변화가 상대방에게 불편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의 정신적 안녕과 성장, 그리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목표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금은 나의 감정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고, 스스로를 보듬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애도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데 집중하세요.







"상대방의 감정은 그 사람의 몫 입니다."








그녀는 이미 지영에 대한 관심을 철수한지 오래다. 애초에 지영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다만, 먹잇감이 탈출한 것에 대한 분노가 남아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인간으로써의 관심은 부재하다.


그러나 지영은 달랐다. 지영은 '나는 누군가의 기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어.'라는 생각은 지영에게 죄책감에 가까운 불편함으로 따라다녔다. 여전히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보호하는 것 보다 타인에게로 초점이 맞춰졌다.




일적으로 아무런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지만 지영의 머릿속은 여느 때 보다도 복잡했고,


초과근무가 없음에도, 마음은 늘 야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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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은 지난 달에 10회기 상담을 마친, 내담자 연희씨가 떠올랐다.


유난히 지영은 연희씨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었다.


타이밍이 운명의 장난 같기도 했다.




나르시시스트 상사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런 연희씨에게 해 주었던 말들이 부메랑 처럼 지영에게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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