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럴듯한 대답 (feat. 챗GPT)

by 다림


어깨가 뭉치지 않았던 마지막 기억은 언제였을까.

최근 2년간은 마사지샵을 가고 있지 않으니, 나름 선방하고 있다 생각하는 지영이었다.

일주일 2번 필라테스를 1년 반 정도 하면서, 어깨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듯 했다.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내 몸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은 그간 해 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즐겨하지 않았던 반신욕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아파트 내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였을 것이다. 반신욕의 효과를 잘 몰랐던 지영은 큰 기대없이 반신욕을 하게 되었고, 온 몸이 노곤노곤하게 풀리는 것을 느껴보며, 반신욕의 매력이 푹 빠져들었다. 못해도 일주일에 1번만 반신욕을 해도 몸의 컨디션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아파트 내 사우나는 잠시 공사를 위해 운영을 중단했고, 지영은 아쉬운대로 폼롤러로 뭉친 몸을 풀어주었다. 그러기를 이제 한달쯤 되었을까. 지영은 조만간 마사지 받던가, 집에서라도 반신욕을 해야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다.



지영은 사람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해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저 오래 앉아 있으니, 어깨가 뭉치는것 아닌가 싶었는데, 지영이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애꿎은 챗GPT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깨가 자주 뭉치는 현상은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 일 수 있습니다.







맞는지, 틀린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도 그럴듯한 답변이다.



심리학적으로 어깨는 '감정의 무게를 짊어진다'는 표현처럼 긴장과 스트레스를 가장 먼저 흡수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특별히 무리한 일이 없는데도 어깨가 뭉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종종 스트레스나 감정적인 부담과 깊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긴장: 심리적인 압박이나 걱정이 많을 때,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이것이 어깨 근육의 경직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감정적인 부담: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나 무언가에 대한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고 있을때, 마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몸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자기 욕구 억제 및 타인 우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따르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나 입장을 지나치게 우선시할 때, 에너지가 어깨에 갇히면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불안감: 감정의 불안을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와도 연관이 있어, 불안한 감정이 어깨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챗GPT가 지영의 일상을 학습해서일까... 지영이 최근 겪었던 많은 감정들이 스쳐지나갔다. 긴장하고, 불안했던 순간들에 몸도 함께 경직되어 있었겠구나 싶은 지영이다. 전날 11시간을 이어 잠을 잤는데도 아침부터 어깨가 불편했던 지영은 챗gpt의 답변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많이 불안했고, 긴장했었구나. 그런 몸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마치 마음과 몸이 또 다른 대상인 것만 같았다.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을 함께 이완시켜주고, 편안해 질 수 있도록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마치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와 이 상황을 감당하고 있는 마음과 묵묵히 기다려주는 의 대화 같았다. 좀 더 그럴듯한 표현을 찾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 답답한 지영은 아무쪼록 자신의 몸과 마음의 신호를 잘 들어주고 잘 돌봐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지영은 내면의 걱정과 불안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몇 꺼풀을 벗겨내고 나서야 잔잔한 상태에 이르렀다. 비록 처한 상황은 정글이었지만, 어느 때 보다도 의식이 또렷해짐을 느꼈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이 사뭇 공감이 되었다. 앞으로는 지영이 하기에 달렸다. 정글에 대책없이 몸을 내 던지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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