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닿지 않는 자리
현관벨이
다시 울렸다.
시어머니였다.
아까와 똑같은 옷차림,
풀리지 않은 얼굴.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너,
내가 애 데리고
이모네 간 거
그게 그렇게 문제야?”
“애초에
이모랑 같이 볼 생각이었어.”
“하루 종일
이 집에서
나 혼자 애 보라고?”
“그건
감옥이야. 감옥.”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맡긴 사람은
나였다.
내일부터 안 오시면
가장 곤란해지는 사람도
나였다.
“죄송해요.”
나는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니.”
어머니는
눈물을 훔쳤다.
남편이
옆에서 말했다.
“엄마, 화 풀어.”
“아까 회사에서
전화 와서 통화 중이었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얘가
내일부터 오지 말라잖아.”
“에이, 엄마.
왜 그래.
내일 오셔야지.”
나는
다시 사과했다.
아이 재울 시간이 돼서
상황은
그렇게
정리됐다.
다음 날 아침,
시어머니는 오지 않았고
남편은
모자만 눌러쓴 채
시댁으로 갔다.
혹시 몰라
회사에 남길 메시지를
미리 써두고 있었다.
잠시 뒤
남편이 도착했다.
“자기야,
어머니 오셨어.”
그날 퇴근했을 때
집에는
남편과 아이만 있었다.
밥이 차려져 있었고
남편은
당분간
일찍 퇴근하겠다고 했다.
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너 아주 가증스럽더라.’
‘남편 있을 때랑 없을 때
왜 그렇게 달라?’
‘너는 네 남편한테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건 아니지.’
‘앞으로 두고 보마.’
손이
떨렸다.
말없이
남편에게
보여줬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그러길래
우리 엄마
왜 건드려?”
그 순간
모든 게
정리됐다.
불씨는
불씨를 알아본다.
남편은
불씨임을 감추고
사는 사람이었다.
작지만
불쏘시개가 닿는 순간
활활 타오르는.
말은
그에게
불쏘시개였다.
말을 할수록
남는 건
관계의 재뿐이었다.
우리가
차갑게 유지되는 이유는
어쩌면
본능적인 방어였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알겠다.
가까이 가면
위험한 관계도
있다는 걸.
우리에게
정답 같은 거리는 없었다.
다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거리가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