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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Sep 01. 2023

서로를 비춰준다는 것은?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しあわせの パン, 2012 개봉)는 미시마 유키코가 쓴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 작가인 미시마 유키코가 직접 감독한 영화이다. 도쿄에서 이사 온 젊은 부부 리에(하라다 토모요 분)와 미즈시마(오이즈미 요)가 홋카이도의 츠키우라에 카페 마니를 개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머즈보다 더 잘 들리는 귀를 가진 유리 공예가 요코, 커다란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베, 리에에게 반해 매일 들르는 우체부, 스트레스를 빵 먹는 걸로 푸는 도키오, 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히로카와 가족은 카페 마니의 주요 단골이다. 어느 날 늘 오는 단골손님 외에 가오리라는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가오리는 도쿄의 백화점에서 근무하는데 애인과 오키나와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으나 애인에게 바람맞고 홧김에 오키나와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홋카이도로 여행 왔다.



카페 마니의 단골손님인 훈남 청년 도키오는 우연히 카페 마니를 방문한 가오리를 만나게 된다. 도키오의 도움을 받아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의 토산품을 사기 위해 찾아다닌다. 그러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가오리는 능력 있고 인기 많은 애인에게 버림받아 마음의 상처가 크다. 자신도 스스로 꼴불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한밤중에 헤매기도 하는 등 상처받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도키오는 이런 가오리를 보고 발버둥 쳐본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서 발버둥 쳐서 조금 창피하면 어떠냐고 위로한다. 자신이 꼴불견이라는 걸 아는 가오리는 자기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른이라고 한다. 도키오는 매일 전철의 선로를 변경하는 일을 한다. 전철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선로를 바꾸는 일은 간단한데 자신의 인생은 간단히 바뀌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도키오는 홋카이도를 벗어나 도쿄에 가고 싶어 하지만 직업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아 현실적 문제로 가지 못한다. 도쿄에서 긴장한 채 억지웃음을 웃으며 사는 가오리는 평화로운 홋카이도에 사는 걸 부러워한다. 홋카이도에서만 살아온 도키오는 도쿄에서 태어나 자란 가오리가 운이 좋다고 여긴다.  



능력 있고 인기 많은 애인에 비해 자신은 지나치게 평범할 뿐이라 버림받았다 생각하는 가오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 건 평범한 빵이었다. 가오리는 평범한 빵도 좋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맛있게 먹는다. 떠나는 가오리를 도쿄까지 오토바이로 바래다주겠다며 도키오가 나선다. 두 사람은 혼자에서 둘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홋카이도를 벗어나 도쿄로 떠난다. 홋카이도를 벗어나지 못했던 도키오가 드디어 도쿄로 가는 선로 변경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가오리가 떠나고 카페 마니를 찾은 새로운 손님은 미쿠와 아버지이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 아빠와 함께 사는 미쿠는 이른바 '열쇠 아동'이다. 열쇠를 목걸이로 매달아 문을 열고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혼자 외롭게 지내야 한다. 미쿠는 엄마가 만들어준 호박 수프가 먹고 싶다. 카페 마니에 들러 아빠와 함께 호박 수프를 먹으면서 엄마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하지 않고 마음의 벽을 쌓기만 하던 미쿠와 아빠가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연다. 혼자가 아니라 서로가 함께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위로받는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느끼는 순간을 맞이하며 함께라서 가능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추운 홋카이도의 겨울밤 카페 마니를 찾아온 손님은 결혼한 지 50년이 넘은 사카모토 부부였다. 사카모토 부부는 히노데 목욕탕을 하는데 지진으로 외동딸을 잃고 목욕탕도 잃었지만 다시 힘을 내어 지금까지 살아왔다.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홋카이도의 츠키우라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부인과 함께 생을 마감하고자 카페 마니를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평소 먹지 않던 빵을 맛보면서 빵이 맛있다며 내일도 이 빵을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사카모토의 마음이 변한다. 사카모토는 지난겨울 여러 모로 신세를 많이 졌다면서 올봄에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편지를 보낸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계속 변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며 리에와 미즈시마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카페 마니가 어느덧 2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리에는 미즈시마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고 두 사람은 행복해한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이다. 정성스러운 음식을 통해 그리고 함께 나누는 정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고 치유받는 힐링 영화이다. 무엇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홋카이도 츠키우라의 풍광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특별할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나눔을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리에의 첫사랑 마니는 그림책에 나오는 소년이다. 마니가 자전거 바구니에 달을 태우고 달려가는데 쇠약해진 달은 이렇게 말한다. "마니, 태양을 없애줘. 같이 하늘에 있으면 눈이 부셔" 그러자 마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돼, 태양을 없애면 네가 사라져 버려. 그러면 밤길 걷는 사람들이 길을 잃게 되잖아. 중요한 네가 빛을 받아서 너는 누군가를 비춘다는 거야"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주인공 리에와 미즈시마의 정성 어린 빵과 음식, 그리고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실연으로 상처 입은 가오리, 홋카이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도키오, 떠나버린 엄마로 인해 상처받은 미쿠와 아버지, 지진으로 모든 걸 잃고 두 부부가 서로 의지해 살아왔건만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남편 사카모토를 위로하고 그들에게 살아갈 용기와 힘을 준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에와 미즈시마가 상처받은 이들을 비추어 길을 잃지 않게 해 준 것처럼 빛을 받은 그들도 누군가에게 그 빛을 비추어 준다면 모두들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게 될 것이다. 서로 배려하고 나누는 삶이야 말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 아닐까? 특별한 사람만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서로를 비추고 또 그 빛을 받아 누군가의 삶을 비춰줄 수 있다. 그 길만이 함께 공생하고 보다 잘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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