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터

by 작가의 방

시골 장날, 이곳에도 대중교통은 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꼭 필요한 게 대중교통이다. 특히, 장날에 그렇다. 노선번호도 없는 낡은 버스는 마을 입구에서 읍내까지 간다. 중간중간 몇 개의 정류장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일수다. 사람이 없다.


그래도 장날에는 정류장마다 선다. 장날에는 버스도 만원이 된다. 승객 대부분은 새까맣게 쪼그라든 할머니들이다. 그중 대부분은 바리바리 싼 보따리들을 가지고 있다. 힘없는 할머니들이 자기 몸 만한 짐을 들고 버스에 오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사는 짜증을 내고 할머니들은 죄인인냥 기사 눈치를 본다. 그래도 결국 기사도 그리 모질게는 못한다. 버스 안에 얼마 없는 장정들은 아무말없이 할머니들이 짐을 들어올리는 것을 돕는다. 옛날 장정의 할머니도 장날에는 이 버스를 탔을 것이다.


보따리 안에는 5일 동안 벼르고 벼른 것들이 압축되어 있다. 되도록 많이 가지고 가야한다. 들판에 푸성귀가 지천에 널렸어도 팔아야만 돈이 된다.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부터 중학생 쌍둥이를 혼자키우는 쌍둥이네집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더 팔아 오늘 손녀딸 스마트폰을 사줘야 한다. 할머니는 스마트폰이 뭔지 모른다. 지난번에 읍내 '하나로 마트'에 가서 사려고 했지만, 팔지 않아 못샀다. 이번 장날에는 제대로 살 것이다. 어디서 파는지도 알았고, 면사무소에서 핸드폰을 사는 데 필요한 서류도 준비해간다.


보따리가 없는 할머니들도 있다. 장구경 간다. 구경이라니까 별스럽게 들린다. 장날이면 읍내에 나가는 건 오래전부터 습관이다. 그래야 사람 구경을 한다. 물건을 팔러 가든 사람 구경을 하러 가든 100%의 할머니들은 읍내 병원을 들린다. 평생 땅에 달라붙어 개미처럼 일해온 할머니의 몸은 진흙 속에 박혀있는 깨진 유리병 같다. 세월만큼 뼛속에 스며있는 고통을 없애려기보다 조금이라도 잊고자 병원을 간다. 사실 장날이라 그 덕에 겸사겸사 병원에 가는 건지도 모른다.


의자에 앉고, 보따리에 위에 앉고, 차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고, 할머니들을 실은 버스는 읍내를 향해 신나게 달린다. 운전기사의 짜증도, 서리 맞은 텃밭도, 일개미 같았던 평생도 잊고, 할머니들은 이내 소풍가는 버스에 올라탄 꿈많은 소녀들처럼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장날은 즐거운 날. 영원과도 같은 일상과는 다른 하루. 시골 장터로 가는 버스 안은 벌써 장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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