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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Dec 05. 2022

영화<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원칙이 있는 속물 변호사

겨 묻은 개는 털면 된다

     

인생을 살면서 한 점 부끄럼 없기는 힘들다. 윤동주 시인이라면 모를까 우리는 모두 세상의 때를 묻히고 살고 있다. 하지만 너무 더러운 인간과 약간 더러운 인간이 있다. 너무 더러운 인간들이 너희도 더러우면서 무슨 비판이냐라고 자신들을 변호하지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원칙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는 지의 여부는 중요한 차이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할러는 갱단이나 도둑, 창녀의 변호를 해주며 돈을 받는 속물 변호사이다. 의뢰인에게 허풍을 치기 위해 기사가 딸린 링컨 컨티넨탈 세단을 타고 거들먹거리며 다닌다. 고용한 가짜 파파라치를 붙여 피의자의 사진을 찍게 하고 돈을 받아 사진사에게 적은 돈을 주고 나머지는 자기가 챙기기도 한다. 변호하던 갱단 두목의 변호도 돈이 부족하다며 중단하고 돈을 더 뜯어내기도 한다. 마이클은 얼마 전 매춘 혐의에서 빼준 글로리아라는 여자가 다시 마약 소지로 구속되자 그녀를 만나 새 출발 하라고 진심으로 말하고, 검사와 거래하여 그녀를 재활센터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그에게 베버리 힐즈에 사는 좋은 대학을 나온 32세의 부잣집 아들 루이스 룰레의 변호 의뢰가 들어온다. 구속된 그를 백만 불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빼준 다음, 변호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집안의 회사 변호사가 다른 사람을 추천하지만 그의 엄마가 마이클을 강력하게 원하여 변호를 맡긴다. 사건의 경위는 클럽에서 만난 댄서 레지의 집에서 2차를 하게 된 룰레가 그녀를 무차별 폭행하다가 그녀가 저항하며 병으로 때리고 이웃의 남자들이 달려와 그를 제압하여 잡혀온 것이다.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은 그녀의 유혹으로 집에 갔는데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머리를 가격하여 쓰러져서 자신은 기억도 나지 않고, 하지도 않은 일로 감옥에 가지는 않겠다며 플리바겐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무죄를 입증해 달라고 한다. 자기의 손에 피가 묻어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자기를 기절시키고 피를 묻힌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칼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은 부동산 업자였던 엄마가 과거에 집을 소개하다가 의뢰인에게 성폭행을 당하여 죽을 뻔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호신용으로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클은 부잣집 도련님의 변호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그의 변호를 맡는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폭행당한 피해자의 사진이 공개되자 그는 기시감을 느낀다. 사무실에서 자신이 담당했던 과거의 사건 파일을 뒤지던 그는 폭행으로 죽은, 온몸에 문신이 있었던 도나의 사진을 찾는다. 이번 폭행 사진과 똑같은 얼굴 부분에 똑같은 수법의 폭행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자신이 자백을 조건으로 형량을 15년으로 거래해서 감옥에 들어간 도나 살인의 피의자 마티네즈를 찾아간다. 그는 마이클을 원망하며, 그때 자신이 도나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냐며 그에게 너무 늦었다고 한다.

마이클은 모든 범인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DNA와 목격자만을 신뢰해 왔었다. 그러나 그는 ‘무고한 의뢰인을 알아보아야 한다’는 변호사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무고한 의뢰인인 마티네즈를 유죄로 몰고 플리바겐으로 감옥에 넣게 되었다. 또한 진짜 범인은 현재의 의뢰인 루이스인 것이다. 부잣집 모자는 이런 이력 때문에 마이클을 고용한 것이다. 마이클은 변호사로서의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의뢰인의 행각을 밝힐 수도 없고, 밝혀도 증거 인정도 안되며, 고발하게 되면 변호사 자격마저 박탈당한다.

그러나 그들이 한 착각은 마이클이 원칙도 없이 돈만 밝히는 변호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친구인 수사관 프랭크를 통해 차근차근 루이스가 과거에 저지른 살인을 밝힐 증거를 수집한다. 그러나 어느 날 프랭크가 루이스의 범행을 밝힐 티켓을 찾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살해된다. 그를 살해한 총기는 마이클이 소지하고 있던 권총이다. 그들이 어느새 사무실의 권총을 훔쳐서 그가 입을 열면 살인 혐의를 씌울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또한 전처와 딸의 신변도 위협하기 시작한다. 고민하던 마이클은 친구가 말한 티켓이 진짜 주차위반 티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조사해서 과거 살인이 일어나던 날 루이스가 도나의 집 앞에서 주차위반 티켓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낸다. 또한 자신이 도움을 주어 재활센터로 보낸 글로리아의 도움을 받아 루이스와 구치소에 함께 있었던 드웨인 코를레스를 증인으로 내세워 루이스가 온몸에 문신을 한 도나를 죽였다고 자랑했었다고 증언하게 한다. 재판정에 있던 형사들은 죽은 도나의 몸에 문신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범인임을 알고 루이스를 재수사하게 된다.

결국 루이스는 레지의 폭행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지만 법정을 나서면서 형사들에게 도나의 살인 피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승리감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 마이클을 루이스의 엄마가 총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총을 맞은 마이클이 대응하여 그녀도 총을 맞고 죽게 되고 치료를 받은 마이클은 깁스를 한 채로 링컨차를 타고 떠나는데 다시 갱단의 바이크 부대가 따라와서 다른 변론을 부탁하고 마이클이 이번에는 공짜로 변론해주겠다고 한다. 기사가 의아해하자 그가 말한다. “다른 건으로 바가지 씌우면 돼.”

     



마이클 할러는 그동안 우리가 사회나 영화에서 보아왔던 정의로운 변호사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온갖 박해를 받아도 굴하지 않고 돈도 받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는 멋진 변호사가 아닌 것이다. 그는 갱이나 창녀를 가리지 않고 변호를 해주고 돈을 받는다.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치사한 수를 쓰기도 한다. 영화 속 형사는 마이클에게 쓰레기들을 변호하고도 잠이 오냐며 시비를 건다. 무기징역을 받아야 할 흉악범을 감형시켜서 가석방이 가능하게 만들어 사회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형사에게 그가 반문한다. 아무리  흉악범이어도 그가 저지른 범죄 이외에 다른 범죄까지도 경찰이 뒤집어 씌우는 일은 옳으냐고. 그는 범죄자들의 죄에 대한 형량을 줄이려고 노력할 뿐 그의 죄가 없다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그들이 벌을 받은 후에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무고한 의뢰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다. 직업 윤락 여성인 도나가 죽고 피의자 마티네즈의 변호를 맡았을때 그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마이클은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범죄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그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마이클은 목격자와 DNA만을 신뢰하여 판단을 해왔다. 만일 그가 진짜 무죄라고 생각했다면 결코 형량 협상을 하지 않고 무죄 변론을 했을 것이다.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했고 살인죄로 판결을 받게 되면 사형이기 때문에 자백을 권유하고 대가로 감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루이스 사건을 조사해보니 도나의 살인범은 루이스이고 그는 무고한 피의자를 감옥에 넣게 된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친구 수사관 프랭크까지 죽게 되고 그는 자신을 반성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것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는 인간으로서, 변호사로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발설 시 변호사 자격 박탈 규정 등, 루이스 모자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마이클은 현재의 의뢰인과의 의무는 지키되, 과거의 살인 사건이 재판 과정에서 저절로 드러나서 경찰이 재수사를 할 수 있도록 판을 짠다. 결국 자신의 사건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루이스의 무죄를 끌어내지만 도나 살인사건으로 그가 다시 구속되게 만든다.

자신이 총에 맞고 죽을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그는 최선을 다하여 잘못된 일을 바로 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무고한 의뢰인이었던 마티네즈를 감옥에서 나오게 만든다.

    

세상에 무결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에게 너도 더럽지 않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겨는 털면 되지만 똥은 웬만해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소소하고 지질한 실수를 많이 하지만, 인간으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그 원칙을 지킨다면 소소한 실수는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관대하게 봐줄 수 있다. 그러나 꼭 지켜야 할 원칙을 가지지 못하고, 가졌더라도 지키지 못한다면 과연  인간의 자격을 가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마이클 할러가 개과천선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적당히 때 묻은 이 속물 변호사는 여전히 링컨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갱단과 벼락부자의 돈을 뜯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켜야 할 확실한 원칙을 가진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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