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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Dec 19. 2022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여정

2022년 개기월식을 보며~

     

2022년 11월 8일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

고등학교 때는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빅뱅과,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와, 빛의 속도와 별의 거리로 볼 때 지금 보는 별빛이 몇백 년 전에 보낸 빛이고 지금 그별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뛰었었다. 천문학을 공부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않다고 깨달아서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결국 자연 과학 쪽을 공부하고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때도 천문학 쪽 내용이 나오면 신나서 수업을 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씩 일식이나 월식 같이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천문 현상이 벌어지면 과거의 열정이 튀어나와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도 개기월식이 있다고 하는데 마침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갈 기회가 있어서 그곳은 불빛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관찰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나보다 별을 더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구름도 없고 미세먼지도 적어서  드라마틱한 달의 모양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초승달, 반달, 그믐달 등 달의 공전으로 인한 달의 모양 변화는 얇더라도 항상 원둘레의 반까지 모양이 있는 반면, 월식은 지구 그림자에 의해 보름달이 가려지는 경우라서 남아있는 달의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방송에서도 당연히 이번 월식의 사진을 성능이 좋은 천문 망원경으로 찍어서 보여주겠지만, 나도 열심히 휴대폰으로 달을 찍었다. 육안으로는 또렷하게 보이는 모양도 유감스럽게 핸드폰 사진으로는 선명한 형상을 잡아내기가 어려웠지만, 오랜 시간 동안 덜덜 떨며 많은 사진을 찍어 몇 장을 골라내었다. 신나서 친구들에게도 보내주었다. 지구의 공전 궤도면과 달의 공전 궤도면이 일치하지 않아서 매달 보름달이 뜰 때마다 월식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원하지 않는 설명까지 붙여서 문자로 보냈다.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지를 느껴보려면 태양과 지구와 달을 먼 우주 공간에서 바라보는 상상을 해야 한다. 잠시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유체 이탈하여 신처럼 태양계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먼 별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 더 먼 우주공간으로 상상의 여행을 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어린 왕자처럼 우리가 이렇게 조그만 은하 안의 조그만 별인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 지구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인지 깨닫고, 초라해져서 엎드려 울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 빅뱅 이후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가 우주 전체로 퍼져서 이 먼 곳까지 다다르고 그중에 정말 운이 좋은 조건의 지구가 기적처럼 생명을 키웠는데, 그 운 좋은 생명체가 바로 우리인 것에 대해 감사해서 울지도 모른다.

     

주변의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일들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좁은 주위만 보이고 큰 그림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등산으로 고도를 높여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개미만 한 사람들이나 성냥갑 같은 건물들을 보고 세상이 얼마나 작은 지를 느껴보기도 한다. 요즘은 드론 카메라가 높은 고도에서 찍은 사진을 송출하니 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높은 데서 보는 넓은 반경의 풍경은 개인이 한 지점에 발을 딛고 보는 풍경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물며 우주 공간에서 우주 망원경이 찍은 영상까지 보는 세상이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도 많아서 우주를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거기에 가끔씩 월식 같은 우주쇼가 펼쳐질 때 하늘을 보면 나를 우주 공간으로 보내는 일이 더 쉬워진다.

그러니 조그만 일에 마음 상했을 때나 어떤 일이 마음에 걸려 잠이 오지 않을 때, 나는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보는 상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이루는 물질은 태곳적 먼 우주에서 온 것이다.

나는 아주 작은 기회를 운 좋게 얻어 생명을 키운 신비의 행성 지구에서 잠시 머무는 생명체이다.

삶이 끝나면 나의 모든 것은 다시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라고 주문을 외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조용히 우주 공간 속의 나를 상상한다.

그리고는 조금 뒤,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어도 어린 왕자가 자신의 소행성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의 아름다운 행성 지구로 돌아간다. 거기에는 어린 왕자의 장미같이, 까탈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한평생 살다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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