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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un 05. 2023

그들을 기쁘게 떠나 보낸다

아들의 생일 밥상을 차리며

큰아들의 생일상

가족의 생일 아침면 단출하고 소박한 상을 차린다.

물론 기념으로 날을 정해 밖에서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기도 하지만, 생일날 아침만큼은 집에서 정성스러운 아침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   

탄생을 상징하고 영혼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미역국이 생일상의 중심이다. 덩어리 한우 양지를 사서 두 시간 푹 고아, 미리 사놓은 질좋은 기장 미역을 불려서 정성껏 끓인다.

평소에는 안 먹는 하얀 쌀밥도 한다.

좋아하는 나물 한 가지도 새로 만든다.

고기 요리도 한 가지 한다. 남편과 큰아들은 갈비찜를 좋아하고, 작은아들은 갈비구이를 좋아한다.

장수를 의미하는 면 요리도 한 가지 하는데, 잡채를 만들거나 스파게티를 리해서 준다.

     

아들의 생일이 되었다. 늘 하던 대로 소박한 밥상을 차렸다.

우리 가족은 관심과 감사를 말로 표현하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 아들이 쑥스러워하며 생일 축하를 받는다.

다 큰 아들들의 생일상을 언제까지 차려야 하냐고 불평하는 척하지만, 이런 일도 길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때까지 해줄 수 있는 것이 기쁨이라는 것도 안다.

나 때문에 태어난 아들들이, 나 닮아서 내성적이고 엄마 말도 거스르지 않으며 성장했다. 이제는 밖에서 자신들의 일을 하며 두 발 딛고 자기들의 삶을 산다.

그들을 품에 가두지 말고 자기들의 인생을 살게 해야 한다는 마음 가짐을 의식적으로 가지려고 나름 노력해 왔지만, 그들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때  아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때때로 개입했으니 실제로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우리 가족이 남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고도가 높고 위험한 지역에서 모두 내린다. 앞에는 스키장 고난도 코스에서나 볼 수 있는 심한 경사의 넓은 눈밭이 있다. 차들이 내려가다가 미끄러져서 사이드에 박히기도 하고, 빙글 180도 돈 채로 서 있기도 하다. 위험하겠다고 걱정하면서 다시 차에 올라타고 조심조심 운전해서 비탈길을 내려간다. 사고 없이 내려와서 안심하고 잠깐 휴게소 같은 곳에 멈췄다.

잠시 쉬던 남편이 다시 떠나자고 하는데 차안에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아들이 없다.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 순간, 옆 유리창을 내다보니 밖에 아들이 산악 자전거를 타고 차 옆으로 와서 웃으며 가족들을 들여다본다. 찬바람에 얼굴은 빨갛지만 강인하고 자신 있어 보인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저릿하다.”

     

마음속에서 가족은 한 덩어리로 존재했었다. 내 마음을 상징하는 자동차에 그들이 모두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차 안에 안전하게 모두 같이 있어야 한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아들은 차에서 내려 눈밭 비탈길을 자신의 힘으로 그의 자전거를 타고 안전하게 내려왔다. 같은 차에 타지 않아서 섭섭한 내 마음도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내가 없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들들이 어릴때 그들을 과보호해서 키웠던 것 같다. 과거 외국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돌볼 때 예민해져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들이 어른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들이 이미 스스로 설 수 있는 때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서 떠나보내지를 못했다. 심리적으로 나의 자아와 아들들을 분리시키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 자전거를 탄 아들의 행복한 표정과, 강인한 체력을 보고 이제 걱정을 끝내기로 한다. 기쁘게 떠나보내기로 한다.

내 차에서 내려도 그들은 목적지에 잘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당연히 괜찮을 것이다.

나만 괜찮아지면 된다.

     

아들의 생일에,

그들이 차려진 음식을 잘 먹고 힘내서, 부모품을 떠나세상으로 나아가 자기의 인생을 멋지게 살기를 기도한다.

나도 아들을 믿고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는 성숙한 부모가  되기를 기도한다.   

    

작은아들의 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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