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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pr 04. 2024

나도 바라는 달디단 '밤양갱'

연예인에게 반하는 이유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잘 듣지 않는 나에게 한 노래가 꽂혔다.

언제부턴가 글에 심심치 않게 ‘밤양갱’이란 단어가 나와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비비'의 <밤양갱>이란 노래이다. 가수의 매력적인 음색과 재미있는 가사와 리듬까지 삼박자가 맞는 노래를 만난 기쁨이란!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장기하가 작곡과 작사까지 했다고 한다. 역시 가사와 리듬이 범상치 않더라니. 노래를 만든 창작자의 공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 노래가 뜬 건 가수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노래뿐 아니라 작사와 연기까지 하는 이미 알려진 예술가라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친김에 그녀가 나오는 토크쇼와 수년 전에 참가했던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찾아서 보았다. 이제는 인기 연예인이 되어 음악 프로그램과 연예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한다.

폭스바겐 효과처럼 한번 관심을 가지니 여기저기 도처에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는 많다.

우선 노래를 잘한다. 음색도 예쁘고, 가성도 매력적이고, 딕션이 좋아서 가사를 잘 전달한다. 그녀는 연기하듯 노래를 해서 보면 저절로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된다.

다음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예쁘게 보이려고 별로 노력하지 않는데도 호감이 생겨서 함께 대화하는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녀의 얼굴은 데뷔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고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더 좋다.

그리고 솔직하다. 여자 연예인들이 대화에서 자신의 좋은 부분만 표현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흉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과하지 않게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가졌다. 의상도 과감하고 노래의 표현이나 몸짓도 에로틱해 보이는데 이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걸그룹의 외설적인 섹시함과는 결이 다르다.(걸그룹 가수들에게 이상한 섹시 댄스 좀 안 시켰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연예인을 좋아하고 내가 이렇듯 '비비'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적으로 누구에게나 자발적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싶은 충동이 무의식 속에 있을 것이다.

또 누구나 잠재되어 있는 여성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부족의 축제에서 모닥불을 둘러싸고 돌아가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좋아하는 상대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문화였을 것이다.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고, 중세나 유교적 분위 아래에서는 이런 표현이 비난받을 행위가 되면서 개인의 마음에 깊숙이 억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욕구는 억압되었을 뿐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어떻게든 그 압력은 분출되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사람들이 그것을 대리하는 연예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는 길을 택한다. 나같이 소극적인 사람은 음악을 찾아 듣는 정도로 끝나고, 적극적인 사람들은 콘서트에 가서 함께 즐기고 같이 춤추는 쪽을 택한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마음의 표현이 멋진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연예인이나 예술가가 된다. 실망스러운 이야기지만 아무나 이런 경지에 이른다고 할 수는 없다. 보통사람이 억압된 욕구는 있는데 소질이나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상태로 분출하면, 보는 사람들은 괴롭다. (혼자 즐기는 것은 물론 괜찮다.)

그래서 연예인들이나 예술가가 필요하다.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의 무의식을 투사하고 함께 따라 하기만 해도 압력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에는 우리가 무의식에 꽁꽁 숨겨놓은 자라지 못한 아름다움과 발랄함이 들어있다. 어떤 연예인이 이상하게 너무 좋다면 그가 보여주는 것들이 우리도 모르는 마음속에 들어있는 측면들이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그동안 점잖은 여성의 페르소나를 쓰고 솔직하지 못했고, 품위 있는 말만 하려고 노력했으며, 여성적인 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애쓰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몸에 맞는 원피스를 입어본 적도 거의 없다.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남의 감정을 상하는 경우는 솔직한 말을 하지 않았다. 항상 초자아의 검열을 받은 행동만 하고 살았다.

그러니 비비 같은 여성적이고 자유롭고 발랄하고 아름다운 예술가에게 반하는 것이 당연하다.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가사는 여성과 남성의 다른 소통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고 밤양갱은 사랑을 의미하지만, 나에게 밤양갱은 초자아가 바라는  말고 본연의 자연스러운 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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