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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냉이 된장찌개

by 윤병옥

아들아~

참으로 춥고 긴 겨울이었네. 일하고 공부하느라 힘들었고 독감에도 걸려서 고생했던 겨울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지.

엄마는 유난히 추위를 타고 손발도 찬데, 대학 시절 언덕에 있던 캠퍼스는 바람도 세고 아주 추웠었다.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바람의 온도가 바뀌는 때가 왔었지.

봄이 온 거야.

학교에서는 겨울이 지났다고 난방도 안 해주어서 실내는 추웠지만, 밖에 나가면 꽃도 피고 바람도 따뜻해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봄의 햇볕을 만끽했었다.

시골 작은할아버지 댁에 가면 집 뒤 언덕에 달래와 냉이가 퍼져 있었고 호미를 들고 큰엄마 작은엄마와 함께 캐고는 했단다. 물론 경험도 없는 엄마는 중요한 달래의 뿌리를 자꾸 잘라내는 통에 동서들에게 하지 말라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겨울 언 땅에 살아있다가 봄이 되면 몸을 밀고 나오는 봄나물들의 생명력은 대단한 것 같아. 추위를 견디는 동안 만들어 낸 항산화물질이 독특한 향기와 효과를 준다고 하네. 많이 캐내도 뿌리가 땅속에 살아있다가 내년 봄에 또 땅 위로 얼굴을 내밀겠지.

이렇게 대대로 생명이 이어져 오는 신비로움에 경탄하며, 우리 가족에게도 새로운 생명이 찾아오기를 기도했단다. 강하고 향기로운 생명처럼 아름다운 존재는 없을 거야.

달래도 맛있지만 된장찌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물은 냉이인 것 같다.

그 독특한 향기는 아무도 따를 수가 없지. 물론 흙에서 캔 거라 다듬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만, 봄의 향기와 뛰어난 성분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

보통 된장찌개와 거의 비슷하게 요리하다가 나중에 두부와 다듬은 냉이를 넣으면 된단다.

흙에서 전해주는 이야기를 맛으로 느끼며 먹어 보기 바란다.



<냉이 된장찌개>

-냉이 한 봉지(200g)를 사다가 시든 잎을 떼고, 뿌리 연결 부분은 과도로 세심하게 흙을 제거하고 긁어낸 후 여러 번 물에 흔들어 깨끗이 씻는다.

-양파 반 개, 애호박 1개, 표고버섯 6대(느타리버섯도 가능)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고 된장을 푼 후 재료를 넣고 익을 때까지 끓인다.

-다진 마늘 1큰술과 두부 한모와 알맞게 썬 냉이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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