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4년을 돌아보며
글쓰기를 시작한 지 5년, 브런치를 시작한 지 4년이 되었다.
특별한 재주는 없으나 꾸준한 편이라, 좋은 일을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는 편이다.
60세가 되면서 관성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고 시작한 글쓰기는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선택한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흘려보았을 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글 쓰는 일은 휙휙 지나가는 시간을 멈칫거리게 만들어 주었다.
초기에는 집안일로 흐트러지는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아침마다 집 근처 카페에 나가서 글을 썼다. 이제는 글 쓰는 일이 제법 익숙해져서 내 방에서 문 닫고 해낸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해 보면 글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또한 글을 쓰면서 과거에 비해 독서량도 적어졌다. 책에서 얻는 감동이 줄어드니 초기에는 신선했던 나의 글들이 뒤로 가면서 지루해지고 동어반복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에너지도 적지만, 글을 억지로 많이 발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글은 발행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독자에게 의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쥐어짜는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흘러넘치는 것들을 써야 하고, 개인의 글을 넘어서 독자와 공유할 수 있나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좋은 책을 읽고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심을 찾기 위해 다시 카페에 자주 나가기로 결심하였다. 거기서 글 쓰는 일뿐 아니라 책도 다시 꼼꼼히 읽으려고 한다.
나에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지금도 오래 글을 쓰면 허리가 아프고 독서를 어느 정도 하면 눈이 가물거린다. 그래도 아직은 버틸만하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휴식도 취하고 운동도 부지런히 하려고 한다.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별수없이 부지런해진다.
작년에 운이 좋게 책을 냈다. 책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글을 모은 것은 다 브런치 덕분이다. 일주일에 한 두 꼭지의 글을 써왔다. 몇년간 많은 구독자님들이 생기고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며 나를 격려해 주셨다.
책은 60대의 삶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들을 붙잡고 쓴 에세이집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이다. 출간은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준 사건이다. 지인들과 독자들에게 나의 마음을 공개한 일이다. 객관적으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으나 지인들에게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르는 분들에게는 저자가 궁금하다는 평을 받았으니 만족한다.
그러나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가끔 책을 낸 후 글 쓰는 것이 뜸해지는 작가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 책이 유명해지면 이 증상이 더 심해서, 두 번째 책은 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들었다(물론 나 같은 무명작가의 경우는 아니다).
나의 경우 글을 쓰는 행위는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행위라서 책을 한 권 출간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예전과 똑같이 글을 쓸 뿐이다. 그러다가 두 번째 책을 묶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다시 열심히 살고, 영화와 책을 보고, 카페에 가서 글을 계속 쓰는 삶이다.
노년에 글 쓸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운동이 탁구이다. 이것도 브런치만큼이나 시간이 쌓였다. 그 정도의 구력이면 잘 쳐야 하지만 탁구도 눈에 띄게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그저 문화센터에 나가서 즐겁게 게임만 하다 보니 폼도 엉망이고 실력은 제자리이다. 대회에 나가거나 부수를 늘리려는 욕심은 없지만 멋진 폼으로 치고 싶은 마음은 크다.
좋은 코치님을 운좋게 찾아서 개인레슨을 받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그동안 정말 엉터리로 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기본인 포핸드 롱부터 교정을 받기 시작했다. 몇 년의 시간을 허비하고 리셋한 셈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 완전 초보자 때 배웠어야 할 라켓 쥐는 법, 즉 그립도 잘 못 되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오히려 초보자라면 기초를 배우기 쉬운데 어중간한 단계에서 이미 익힌 방법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 고치지 못하면 평생 엉터리 탁구를 칠 테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치려 한다. 이렇게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
살면서 계속해 나갈 일을 잘 선택했다면, 그다음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언제나 초심을 기억해야 한다. 왜 글을 쓰려했는지, 그것을 왜 여러 사람과 나누려고 했는지, 시작할 때는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늘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