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재료로 만든 <고구마 바나나 케이크>
냉장고를 열었을 때 한심함이 밀려온다. 시들어가는 채소와 과일이 눈에 띄고, 먹다 남은 음식들도 방치되어 있다.
원래 살림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음식은 해 먹는다고 자부했었다. 청소는 눈이 나빠서 안 보인다는 핑계로 대충 했지만 요리는 이만하면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음식을 하려면 재료가 필요하고 언젠가는 해 먹는다는 이유로 사다 놓은 재료들이 꽤 많다.
냉동실 쪽은 더하다. 나름 한 번 분량으로 나누어서 분류해 놓았으나 역시 뒤쪽에 쌓여서 있는지도 모르는 것들이 하나가득이다. 여간해서는 잔소리를 안 하는 남편도 냉동실에 대해서는 한소리를 한다. 안 먹을 거면 버리라고.
뒤통수가 따가워서 할수 없이 냉동실을 뒤집어 엎으니 예상대로 참혹하다. 유통기한이 2년 지난것들도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며 진심으로 반성했다.
어머니 세대는 밥알 한 알도 수채에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셨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라 남는 음식을 거리낌 없이 버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다른 것과는 달리 식품을 버리는 행위는 죄책감이 든다. 아직 지구에는 식량도 부족하다는데, 농사짓는 데 얼마나 힘이 드는데 등등. 그래서 어쩌다 상한 음식을 버릴 때는 나의 게으름을 스스로 책망한다.
우선은 빨리 소비해야 할 냉장실 쪽을 해결해야 한다. 채소나 과일은 잘 밀봉해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보관했다가 빨리 먹어야 한다. 귀찮다고 그냥 야채실에 넣어놓으면 말라서 쪼그라들거나 물러버린다. 유제품은 유통기한을 잘 확인해서, 다 먹은다음 새것을 사 와야 한다. 장을 볼때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해서 중복해서 사 오지 않게 한다.
상온에 보관하는 소스류나 통조림도 은근히 날짜가 지난 것들도 많다. 수시로 확인하고 유통기한이 짧은 것을 앞쪽에 비치해서 우선 소비해야 한다.
정리 전문가들은 "사다가 쟁이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고 한다. 집 근처 슈퍼를 우리 집 냉장고라고 생각하고 활용하면 정작 집안의 냉장고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집 안에 냉장고에 김치 냉장고에 냉동고까지 갖추어도 항상 식품 넣을 공간이 부족한 이유는, 당장 먹지도 않을 음식을 사다 쟁여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비상시국도 아니고 슈퍼가 먼 것도 아닌데 원 플러스 원 식품까지 잔뜩 사다가 쟁였다가 상해서 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에 반성하고 만든 요리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재료들을 활용해서 만든 음식이다.
식탁 위 바구니에서 검게 변해버린 바나나와,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플레인 요구르트와, 간식으로 먹겠다고 쪄서 냉장고에 넣었는데 안 먹고 남은 고구마를 이용해서 만든 빵이다. 과정이 복잡하면 시도하기 힘들겠지만 이 빵은 오븐에 구운 빵이 아니라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찐 간편한 빵이다. 과정도 간단하고 라면보다도 요리 시간이 짧다. 재료도 집집마다 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 고구마 대신 아몬드 가루, 요구르트 대신 우유, 바나나 대신 슈레드 치즈 등 오래된 재료 중 빵에 들어갈 만한 것은 무엇이든 넣을 수 있다. 물론 공통적으로 계란은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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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1개를 포크로 으깬다.
-찐 고구마 한 개를 으깬다.(식은 고구마는 레인지에 돌려 뜨거울때 으깬다 )
-요구르트 한 개를 넣고 모든 재료를 섞는다.
-계란 2개를 넣고 다시 잘 섞는다.
(반죽이 묽으면 아몬드 가루나 오트밀 가루를 조금 섞는다)
-내열 용기에 기름을 바르거나 유산지를 깔고 재료를 넣는다.
-랩에 구멍을 뚫거나 구멍이 있는 뚜껑을 덮고 전자레인지에서 4분 정도 조리한다.
-이쑤시개로 찔렀을 때 반죽이 묻는다면 조금 더 조리한다.
-뜨거울때 먹거나, 망위에 올려 김을 날리고 식힌후 냉장 보관했다가 먹는다.
*이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