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생명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힘내라 펀치!

by 윤병옥

작년 여름에 태어난 손녀가 한동안 우리 집에 머물렀었다. 아들 부부가 유학 중 아기를 낳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다른 환경에서 고생했었다. (요즘 한국에는 산후조리원이 있고 나라에서 육아도우미도 파견해서 산모를 도우니 출산 후에 산모가 잠시 휴식할 기회를 준다.)

몸이 허약해진 며느리를 쉬게 하기 위해 모녀가 한국에 몇 달 왔었다. 지금은 돌아갔지만 한동안 손녀를 가까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요즘은 미국에 돌아간 며느리가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벌써 훌쩍 큰 손녀는 분유도 먹지만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준 이유식을 먹는다. 음식을 가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양한 재료를 좋아하고 음식 먹는 것을 즐긴다. 이유식에는 며느리의 정성과 노력이 가득 들어있다. 아기는 엄마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은 다 좋은 것이라는 것을 이미 학습한 듯하다. 엄마가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부모가 하는 칭찬에 피드백을 받는다. 엄마 아빠가 다가가면 눈이 반달 모양이 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엄마가 안고 쓰다듬으면 다정하게 엄마 눈을 바라본다.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사랑받고 크는 아이의 모습이다.

손녀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일본 동물원의 원숭이 ‘펀치’가 있다. 요즘 유튜브를 켜면 자동으로 영상이 나오는 인기가 많은 새끼 원숭이이다. 손녀와 같은 나이라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되어 계속 영상을 보았다.

원래 엄마 원숭이는 새끼를 낳으면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며 키운다. 그런데 펀치의 엄마는 어떤 이유에선지 새끼를 내치고 돌보지 않았다. 이런 경우, 새끼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인 사육사가 우유를 먹이며 펀치를 키웠다. 펀치는 사육사에게 안기고 달라붙어 자랐는데, 어느 정도 펀치가 자라자 무리에 적응시키기 위해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펀치의 수난이 시작된다. 동료들에게 다가가면 내치고 따돌리고 때리고, 펀치가 쉴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사육사는 털이 복슬복슬한 커다란 오랑우탄 인형을 펀치에게 주었다. 그때부터 펀치는 인형에게 의지한다. 매 맞고 엄마 인형에게 돌아가 안기고 볼을 비비며 위로를 받았다. 인형 품에서 잠들고, 어디를 가도 자기보다 덩치가 큰 인형을 끌고 다녔다. 더 슬픈 것은 그가 인형의 팔을 자기에게 둘러서 마치 엄마가 자기를 안아주는 자세를 억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형이 더러워져서 새것으로 바꾸어주려 하자 펄쩍 뛰며 옛 인형을 고집했다.

그러나 사육사가 들어오면 인형이 아닌 사육사에게 매달렸다. 그도 인형이 진짜 엄마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 듯하다. 어찌 됐든 펀치는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을 아는지 동물원도 펀치에게 신경을 쓰고, 다른 동물들도 펀치가 애처로웠는지 손을 내미는 어른 원숭이와 친구 원숭이가 생겼다. 여전히 그는 인형에게 집착하지만 최근에는 가끔씩 친구와 털 고르기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원숭이에게 다가갈 때 눈치를 본다.

이 시기를 잘 넘기고 펀치가 무리에 동화되고 친구도 사귀고 잘 살아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힘내라 펀치!

과거에 유명한 심리학 실험에서 새끼 원숭이에게 철사로 된 인형과 부드러운 털로 된 인형을 놓고 선택하게 했었다. 철사로 만든 엄마 쪽에는 먹을 것을 많이 놓았지만, 새끼 원숭이는 항상 먹을 것도 없는 부드러운 엄마 쪽을 선택했었다.

여기서 우리는 동물의 어린 시절에 중요한 것이 단지 먹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물리적으로 애착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1차 대상은 엄마이다. 태어나서 제일 처음 본 어른이 자신을 돌보고 안아주고 사랑해주지 않으면 생물에게는 중대한 결핍이 생긴다.

학자들은 생후 3개월이 가장 중요한 애착형성 시기이고, 2세까지는 열심히 아기와의 애착을 형성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아기가 자라서 주눅 들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잠시 어려운 일이 생겨도 절망하지 않고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만든 생명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저 그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잘 먹이고 안고 쓰다듬고 보호하며 다정하게 바라봐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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