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지 않게 되는 순간 벌어지는 일들
요즘 길을 걷다가 보면 공유 킥보드라던가 공유 자전거가 그냥 길 위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런 것을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공유 킥보드나 자전거를 단순 방치한 시민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더 집중하고 싶은 것은 공유경제의 그 가치가 이미 없어졌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공유경제의 부작용을 공감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유자전거 서비스 업체는 더 늘어나는 듯 보인다. 누군가는 분명 편리하게 이용을 한다. 하지만 내가 관찰하기에는 그 숫자가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불필요하게 많다고 본다.
공유경제의 본질적 가치는 사용되지 않는 자원들을 공유하면서 그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효용성을 부여하는 것에 있었다. 공유경제는 소비자에게 접근비용을 낮추면서도 자원의 재사용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에서 그 가치가 있었다.
즉 원래는 모두가 나누어 쓰면서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한정된 자원을 더 이롭게 쓰도록 하는 것이 그 사명이었다.
하지면 현재 소위 공유경제라 불리는 상품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인다.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그 수가 더 많이 생산되는 듯 보이며, 심지어 쓰레기처럼 방치되거나 관리가 안 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주 목격된다.
즉 적어도 내 주변에서 보이는 공유경제는 그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시장논리로만 움직이는 경제가 되어 버렸다.
이런 것을 보고도 공유경제를 운영하는 자들이 당당하게 혁신이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공유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유자전거, 공유킥보드 이런 것이 아니다. 바로 공유경제에서 가장 큰 기업인 에어비앤비가 창출한 공유 숙박업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많은 주택들이 장기 임대가 아닌 단기 임대용으로 전환되었다. 그것이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수익성과 회전율의 측면에서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많은 지역의 경우, 결국 임대료와 집값의 상승이 가파르게 올라버렸고, 이는 주택의 공급 문제 또한 유발하였다. 특히 해외 대도시에 거주하는 지역주민과 저소득층에는 큰 부담이 되어버렸다.
에어비앤비가 제창하는 초기 가치는 무엇이었는가? 그들이 말하는 호텔보다 저렴하게 숙박을 하는 것(이제는 는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다.) 지역기반의 교류와 신뢰 형성과 자원의 낭비를 막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그러한 가치가 남아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결국 사람들에게 도움과 가치를 주는 상품이 아닌 또 다른 리스크를 유발하는 복잡한 과정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이런 본질적 가치를 잃은 상품은 사실 공유경제/공유플랫폼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느끼고 있는 플랫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배달앱 플랫폼이다.
본래 배달앱이 추구하던 본질적 가치는 다음과 같았다. 자영업 사장님들한테는 효율적인 광고와 정보격차를 해소해서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었고, 소비자에게는 편리함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배달앱 시장은 어떠한가? 배달앱 플랫폼이 적극적인 수익성을 추구하게 되자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배달앱 플랫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수수료율, 그리고 불공정 거래와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는 자영업 사장님과 소비자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써야 되는 구조로 되었으며, 소비자에게는 그 효용감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뿐만 아니라 배달앱 서비스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불필요한 자원의 소모과정이 추가되어 사회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일은 많이 하지만 수익성은 낮은 장사를 해야 하며, 소비자들은 그 비용이 전가되어 부담이 늘었다.
더 나아가 배달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홀서비스 상권은 자연스럽게 축소되었기에, 지역상권의 상생력 또한 저하되었기도 하다.
사실 상품이 본질적 가치를 잃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로 글을 썼지만, 이는 우리가 사는 사회 곳곳에도 만연한 문제이다.
상품뿐만 아니라, 사물, 개념등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그 본질적 가치가 있고 그것을 잃게 되면 부정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업을 하지 않는 직장인
배움이 없는 교육
행동이 없는 약속
가치가 없는 사업
신뢰가 없는 관계
의미가 없는 정보
물리학적 판단이 없는 통계
책임을 지지 않는 리더 등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상들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면, 본래 있어야 할 본질적 가치들이 없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순환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고쳐야 하는 문제이기에, 우리는 과연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