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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그들의 사과와 책임에 만족스럽지 못할까?

최근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리더들의 문제해결 과정을 중심으로

by VioletInsight

대표님, 회장님 일단 이해했습니다. 근데 정말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주실 거죠?


최근? 은 아니고 좀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대략 한국사람 중 2천300만 명 정도가 당혹스러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SK 텔레콤 유심 가입자정보 유출사건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SK 텔레콤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 고객 정보가 BPFDoor 백도어를 통해서 외부자에게 홀라당 넘어가 버린 것이다.


나름 네트워크와 정보보안과 관련된 일을 잠깐 찍어먹어 본 입장에서 이에 대해 기술적으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는데


첫 번째로 고객의 정보를 폐쇄망과 사내망으로 이원화 관리는 했을까?

두 번째는 그 정보를 원본과 마스킹 처리 정보로 나누어 관리는 했을까?

마지막으로는 왜 DB자료 자체를 암호화하지 않았을까?이다.


들리는 썰?(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에 의하면 고객정보가 평문으로 저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미 기술적으로는 벌어진 일이고, 관계자와 실무진들이 문제를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 주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미상. 외부로부터 직접 당했을까 아니면, 내부 직원을 통한 단계적 피싱의 결과였을까


아무튼 기술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사실 오늘 에세이에 쓸 주제는 저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이런 문제가 벌어졌을 때 리더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충분히 납득가능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SK텔레콤 유심정보 유출 사고는 2025년 4월 18일경에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처는 4월 28일부터 시작되었는데, 230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USIM교체와 USIM보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공감하듯 정보유출 사건에서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대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이 느리다면 느리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신속하진 않았다고 본다.


물론 SK같이 규모가 거대한 회사 입장에서 문제의 파악과 의사결정에 관하여 소요되는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다. 사실 정말 내부적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오고 갔는지 아닌지는 나는 판단할 수 없다. 실무진들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아무래도 큰 규모의 조직이기 때문에 그 과정상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 고객의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신속성을 가지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주목할 점은 2025년 4월 30일 류영상 CEO분의 국회 청문회 과정이었다고 본다.


류영상 CEO는 국회 청문회에서, 초기 대응이 부족함에 대해서 인정을 명확히 하였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는 답변과, 이에 대해서 고객들에 대한 명확한 피해보상 체계나 앞으로의 문제해결에 있어서의 명확한 답변은 결국 내놓지 못했다.


내가 여기서 주목한 점은 그래도 류영상 CEO는 SK 텔레콤의 최고의사결정 권한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에서 확답을 주지 못했음이 드러났는데, 이는 SK라는 그룹 회사의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즉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CEO가 직접적으로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율적 권함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청문회 과정을 보면 형식적이고 절차적으로 준비된 느낌의 사과였으며, 고객들의 불안을 완화시킬 만한 구체적인 문제해결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이걸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몰고갈 수 없다고 본다. 단지 류영상 CEO분은 조직 구조상 이 사안을 해결할 만한 권한이 없었을 뿐이다. 단지 안타까운 부분은 이미 리스크 관리의 실패로 인해 거대한 문제가 생겨났을 뿐이고, 그것을 회사의 CEO 마저도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직 구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였으면 선조치 후보고 월권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도 역시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음을 바로 이해했다. 2300만 명이 연관된 문제를 자신이 최고의사결정을 못하는 구조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엄청난 심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적 문제 차원이었기에 한번 심장을 희생해서라도 그런 베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도 해본다.


그러고 난 뒤 5월 7일 최태원 회장의 사과가 발표되었다. 그간 최태원 회장에 관해 여러 가지 개인사적인 논란을 아전인수해서 비난하는 견해들이 많이 보이는데, 사실 그런 부분은 이 문제랑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부분이기에 그 사안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로지 본질적으로 이번 정보유출 문제에 집중하면서 견해를 내어야 한다고 본다.


5월 7일 최태원 회장의 대국민 발표회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일단 발표의 시의성 즉 타이밍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본다. 사고가 터지고 난 이후 19일이 지난 후에 발표되었다는 부분은 거대 기업의 구조를 감안해서라도 신속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성과 명료성이 부족했다고 본다. 물론 기업 회장 입장에서 통신과 관련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시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서는 명료한 답이 없었다는 점이 나 같은 개인의 입장에서도 진정성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사람들이 의외로 기억을 잘 못하는 부분이긴 한데, 리더들, 기업 대표나 정치인들이 사과나 책임과 관련된 발표를 할 때, 그냥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냥 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래도 최태원 회장은 일정 질문시간을 받고 그에 대해서 답변을 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최고 책임자로서의 무게감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명료함과 즉각적인 조치가 없었다. 이는 피해를 입은 사람 입장에서는 진정성을 느끼기에 힘들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타이밍에 더본 코리아 백종원 대표의 발표 또한 올라왔다.

(요즘 리더들의 피바람이 부는구나)


백종원 유튜브에 올라온 사과 영상


사실 백종원 대표의 사과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2025년 3월 13일과 3월 22일에 사과문을 이미 말표 했었다. 해당 사과문에는 원산지 표기 위반과 품질논란에 대해서 사과를 했고, 이번 5월 6일 자 사과문에 관련해서는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한 배경의 원인인 조직구조의 문제에 대한 개편과 제품들의 품질 개선에 대하여 약속을 했다.


그렇다면 문제들과 관련한 백종원 대표의 사과와 발표들에 대해 한번 판단해 보자. 백종원 대표는 과연 진정성이 있고, 문제해결에 관해서 구체적이고 명료한 답안을 했을까? 생각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사과와 문제 해결에 관한 발표는 앞서 언급했듯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3월에 올라온 발표들은 사실상 백종원 대표가 지속적인 문제해결과 소통유지와 관련한 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가장 결정적인 대응은 아마 이번 5월 6일에 발표된 것이라 보아야 하는데, 지속적인 논란의 발생과 가맹점주들의 불만들이 누적된 사항에서 방송활동 중단 및 조직개편의 중대한 부분들을 위한 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이고 명료함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을 것이 없어 보인다. 백햄 생산 중단, 조직의 대대적 개편 약속, 원산지 관련 모니터링과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위한 지원책을 스스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교적 모호하지 않고 명료한 답안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대중들의 기대는 사실 긍정적이지 않다. 백대표가 앞으로의 방송활동을 중단함은 말했으나, 이미 촬영 중이거나, 촬영이 완료된 방송활동에 관해서는 왜 책임지지 않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대중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비판적이기보다는 나는 비난에 가깝다고 본다. 물론 백종원 대표의 이미지 손상으로 인해서 방송과 관련된 위약금과 같은 계약상의 책임은 백종원 대표가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출연자 중 한 명의로의 의무를 지는 것일 뿐이다. 방송 콘텐츠에 대해 한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지라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통편집은 할 수 있어도, 방송은 이번 논란과는 별개의 사항이기에 연관되어서 책임을 지라는 것은 건전한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깝다.


그렇다고 백종원 대표가 마녀사냥이나 멍석말이의 피해자이기만은 아니라 본다. 사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본질적으로 따지자면 요식업계 대표라는 본질적인 업무와 리스크관리를 등한시 한 체 미디어콘텐츠적 확장에 집중했기 때문에 문제가 터진 것이다. 본인이 책임을 질만한 요소 또한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종원 대표가 이번 발표문을 통해 다시금 요식업 대표로서의 행보를 강하게 어필했기에, 충분히 진정성이 있으며 책임을 졌다고 나는 판단한다.


종합적으로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사실 이번 사태들이 발생한 경우는 결국 리더들이 리스크 관리를 실패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문제가 발생된 원인들을 본질적으로 보자면, 결국 집단과 조직의 유연하지 못한 구조, 그리고 실무자와 의사결정 최고권한자의 괴리 때문에 발생했다. 결국 CEO든 기업 총수든 기업의 대표든 자신이 최고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조직에 대해 관심이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문제의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하위 직원들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리더라는 지위는 원래 그런 것을 감당하는 자리이다. 밑의 부하가 잘못을 해도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어야 하는 다모클레스의 검을 늘 인식하고 문제를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문제가 내가 직접적으로 한 것 같지 않아서 억울할까? 아니다. 물질적으로는 외부적 요인과 직원이 잘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리더의 잘못으로 접근해야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성공한 리더들의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성공은 운이고, 실패는 리스크 관리다"


그렇다고 이때다 싶어 "너 잘걸렸다. 멍석말이!"는 좀 하지 말아야..



저 또한 제 지위에 맞지 않게 중대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세상 무너질 것 같아도 사람 안 죽더라고요. 비난은 잠깐이고,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해결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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