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연지

그 사람 떠난 자리에

바람이 앉아 울고 있었다.


남겨진 컵엔 미지근한 시간만 남고

의자 하나는 자꾸만 비스듬히 돌아앉았다.


말없이 웃던 그 눈동자를

기억해내는 것조차 아파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억을 지웠다 되살렸다 한다.


잊자고 다짐한 날엔 꼭,

그 사람 꿈속에 와서

“잘 지내?” 하고 묻고 갔다.


대답도 못하고 깬 새벽은

참 이상하게도 그 사람 냄새가 났다.


이 세상 어딘가엔

아직도 그 사람이

햇살처럼 웃고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누군가의 빈자리에

조용히 울고 있을까.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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