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반짝였지.
버리기 아까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꺼내 신던 날들.
하지만 사랑은
비 오는 날을 몇 번 지나면
금세 젖고, 눅눅해지고,
어디선가 스며든 모래처럼
불편해지는 걸 모른 척하게 되었다.
나는 계속 걸었다.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기고,
아파도 걸었다.
사랑이니까, 라고 생각하며 흘러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랑이란, 꼭 맞는 마음도
걷다 보면 틀어지는 법이라는 걸.
벗고 나면 발이 더 편하다는 걸.
사랑에 지친다는 건,
상처를 원망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체력을
끝까지 써버렸다는 뜻이다.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지만,
그만 걸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멈춰 서도 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