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약맛댕댕이 May 06. 2021

영어강사생활 7년차,
미세스가 아닌 미쓰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아직 미쓰라서 이해 못 하시겠지만..'

‘선생님께서는 아직 미쓰라서 이해 못 하시겠지만,’



영어강사 생활을 7년 동안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이다. 

선생님께서 어려서, 젊어서, 혹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아서.. 등등으로 상담이 시작된다면, 수화기를 들지 않은 반대 손은 이마부터 짚고 시작해야 한다. 


유치원생부터 50대 성인까지 다양한 학원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분들을 만나왔지만, 언제나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바로 학부모님의 상담이었다. (사실 어른 수강생분들도 만만치 않으나, 차차 얘기하도록 하자). 보통 아이들을 주로 가르치는 영어학원의 경우, 1년에 4번의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봄 학기와 가을 학기 그리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총 4번의 큰 수업의 변경 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머니.. 심호흡하세요..

4번의 상담 중 가장 힘든 상담은 단연코 9월 가을 학기가 시작될 때의 상담이다. 이미 봄 학기 중간, 기말고사를 통해서 아이의 점수에 한번 기함하고(내 아이의 점수가 이렇다니, 대학교는 무슨 고등학교는 갈 수 있는 거니 등등..), 여름방학에 줄기차게 진도를 빼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실패한 학부모들의 열정과 조급함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앞선 이유 덕분에(?) 나의 나이, 결혼 유무, 육아 유무에 가장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높은 기준에 아이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이를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오는 말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은 젊으셔서 모르시겠지만] -> [나도 젊음으로 상냥하고 에너지 넘치는 네가 부럽다]

[선생님은 결혼을 안 하셔서 모르시겠지만] -> [집에 애도 말을 안 듣는데, 남편도 말을 안 들어서 힘들어요]

[선생님은 애가 없으셔서 모르시겠지만] ->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애들이 절대 한 번에 말을 듣지 않을 테니, 여러 번 지시 부탁드립니다]


사실 (요즘 애들이 워낙 말을 안 듣기도 하고..) 나는 학원에서 잠깐 봐도 지치는 아이들을 24시간 내내 밀착할 수밖에 없는 어머님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내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를 속으로 생각한 적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머님을 포함한 학부모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생님(내가)이 미쓰이고, 젊고, 어리고, 결혼도 안 하고, 애는 더더욱이 없을지 몰라도, 아이들만큼은 많이 봐왔다는 사실을 꼭 알아달라는 것이다. 한 아이와의 깊은 정서적 교감은 당연코 부모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을지 몰라도, 10분만 아이와 있으면 대강 파악할 수 있는 눈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눈은 두 개 다 잘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서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 ‘우리 아이가 말을 너무 안 들어요, 미쓰인 선생님께서 이해하실 수 있으실까요?’ 에 대한 대답으로는 


‘말을 잘 듣는 아이도,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도 있지만,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은 대체로 집에서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많이 가지는 아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항상 100%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존재이고, 저는 아이가 없기에 제 아이처럼 가르치겠다는 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선생님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 미쓰 선생님이 할 수 있는 말의 고작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쓰’가 아닌 ‘미쎄스’가 된 이후에 ‘선생님, 제 아이가 말을 너무 안 들어요, 이해하시죠?‘라는 질문에 ‘아 네 너무 이해하죠.’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내 아이는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으니까) 


그러니, 현재 ‘미쓰’로서 말한다. ‘미쓰여서 모르는 거 맞는데요, 선생님으로서는 모르는 거 아니구요!, 미세스가 되서도 모르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