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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May 06. 2021

신입사원 4개월 차, 회사 십계명

회사 생활 4개월 동안, 십계명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득이나 힘겨운 취준 생활에 코로나 시국까지 겹치면서, ‘과연 나를 원하는 회사가 있을까?’ 고민하던 끝, 지금의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고, 그 다음날부터 입사 첫날 직전까지 (얼추 한 달) 일명 ‘나만의 회사 10계명 정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나 드디어 취뽀했어요. 밥 먹읍시다’를 명목으로 험난한 취준 과정을 응원해 주었던 내 지인들, 가족들을 만나면서 나에게 해주고픈 회사 조언들을 모아 10계명을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나를 10년 가까이 알아오면서, 그리고 이미 취업에 성공해 인생 선배로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회사 조언들을 받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조언들을 모아 10계명을 나열해보니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 10계명_시작 전

1.     말을 아낄 것_험담 및 소문에 승차하지 않고, 내 의견만을 분명히 전달할 것

2.     잘 웃고 인사할 것_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3.     업무 지시를 받으면 일단 YES, 해보고 결정할 것_긍정적인 자세는 예쁨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4.     팀원의 칭찬을 한 번 더할 것_동료, 상사, 동기는 회사 생활의 자산이다.

5.     2번 확인할 것_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했다는 생각이 들면, 해당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할 것

6.     회사가 나의 전부가 아님을 생각할 것_소속감에 안주하지 말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 것.

7.     실속을 차리되 자만하지 말 것_겸손한 자세. 상사는 바보가 아니고, 날 지켜보고 있다. (좋든, 나쁘든)

8.     이유를 분명히 하라_내 행동이든, 내 선택이든 해야할 이유를 찾고 명시하자

9.     질문의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_긴가민가 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라. 덮어놓으면 더 크게 온다. 

10.  천천히 해라_넌 이미 빠르다. 속도 면에서는… 



다 읽어보면 나는 말을 성급하게 하는 대신, 나 자신을 더 칭찬하고, 포커페이스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근데 거의 다 맞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 내가 모두가 원하는 신입사원 상에서 매우 먼 사람이라는 것을 우려해야 할지 복잡미묘했다. 



메모장에 고정으로 해놓고, 첫 출근 한 달 동안 출근 지하철 속에서 10계명을 읽었던 것 같다. 가족 외에도 대학교 선배, 취직을 먼저 한 친구, 이직을 한 친구, 일을 그만둔 친구 등등 한 규칙을 읽을 때마다 나라는 사람을 생각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받은 것 같아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신입사원 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2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규칙도 있었고, 생각보다 내재되어 있어 필요 없는 규칙도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계명이 5개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퇴근하면서 아 오늘은 이 규칙을 못 지켰구나 하고 반성만 거듭하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업무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정한 것이기에, 규칙의 변동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회사 생활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욕심이 과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십계명을 중요도 순서대로 5개로 추렸고, 현재 매일 출근 지하철에서 꺼내서 아침 다짐으로 삼고 있다. 



회사 생활 10계명_시작 후

1.     건강을 챙길 것_건강해야 오래 회사 생활도 할 수 있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자.
 회사의 큰 행사를 진행한 후, 바로 주말 내내 장염으로 고생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파서 쉬고 싶으면 세상 소중하고 적은 월차를 써야 하더라. 월차 안 쓰려고 일요일에 하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보니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현재 일주일에 4끼 이상 식사보다 샐러드를 먹고 있고, 요가를 등록하여 운동 중이다. (너무 대견해 내 자신)


2.     업무지시를 받으면 웃으면서 일단 Yes_어차피 해야 한다. 내가 정할 수 없다면, 대외적 이미지라도 챙기자.
 업무지시야말로 내 계획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없더라. 미리 하면 미리 한대로, 늦게 하면 늦게 한대로, 일은 받게 되어있다. 그러면 철저히 포커페이스로 대외적 이미지를 챙기기로 하였다.


3.     손가락과 혀를 조심하자_함부로 스마트폰 손가락 누르지 말고, 함부로 말을 전달해서도 안된다. 
 신입사원이 하는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카톡방을 헷갈려서 말실수하는 것이다. 동기 중에 이러한 실수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다 아찔했다. 


4.     2번도 모자라다. 3번 확인하자_그래도 끝까지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더라.
 몇 번이고 품의를 제대로 올렸는지, 수치에는 틀린 바가 없는지, 엑셀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스리슬쩍 보신 팀장님의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리라.


5.     당당하지만 높지 않은 자세로 임하자_자만할 필요도, 그렇다고 해서 낮출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러나 회사 선배에 대해서 존중감을 가지고 대하자.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아.. 저 사람은 너무 월급루팡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문제가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것을 보고 멋있어졌다. 딱히 이런 케이스 아니더라도, 일단 몇 년 동안 이 길로 출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냥 존경스럽다. 


 나는 4개월 차 병아리, 막내, 신입사원이다. 

4개월 만에 10계명이 5개로 줄었다는 것은 어쨌든 나머지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계발 규칙을 언제까지 따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왜 이렇게 자기소개서 같냐..) 아직 대리, 과장도 까마득하고, 부장급은 상상도 안될 정도로 멀게 느껴지지만, 뭐 그들도 나와 같았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출근하는 햇병아리, 신입사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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