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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Mar 25. 2022

건물을 통째로 써서 입사했습니다.

건설사 신입사원 입성기


 

노래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갔네



나의 그분에게 합격소식을 전하던 날, 처음으로 들었던 말이다.


#대기업, #신입 초봉 4,000 만원 이상, #건물 통째로 쓸 것

내 3번째 취준 도전기의 세가지 기준이었다. 


 

 업계 가리지 않고 지원해온 나지만 하다 하다 건설사에 취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의외로 신입 초봉이나 서울 대기업이라는 기준보다 ‘사옥을 통째로 쓰는 기업’이라는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 찾기가 어려웠는데, 그만큼 서울 땅값은 비싸고 규모도 큰 곳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리라. 


 건물에 집착한 이유는 바로 규모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 사람이 우리 회사 사람인가 아닌가 고민할 필요 없이, 이 방향 혹은 이 건물로 들어가는 우리 모두는 같은 조직 내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사실부터 솔직히 꼰대 많기로 유명한 건설사와 내가 의외로 잘 맞을 수도 있다는 단서였던 것도 같다. 


 연봉에 대해서 또 할 말이 꽤 많은데, 이제 와서 보니 3천 대였을 때는 4천을 바라보고, 4천을 받으니 5천, 6천을 받고 싶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을 실감 중이다. (말을 곡해하지 말아달라. 물론 3천보다는 4천이 훨씬 낫다) 하지만 3천대를 받던 시절 나에게 문과기준 4천 이상의 연봉이란, 적금을 붓고 난 후에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후방선이자 성배 같은 숫자였다. 


 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이라면 최소 3년은 있어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저 아버지의 지금 현 직업 전 몸담으셨던 건설업으로 뭣도 모르는 신입으로서, 다시 도전한다. 


다시 가보자 빌딩 속으로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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