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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Jul 31. 2023

젊은 사람이 돈이 그렇게 없어요?

건설사 직원의 이사하기 프로젝트(7)

※ 전편은 [부끄럽지만, 집주인을 보고 계약했습니다.] 입니다.


 부동산 계약이 끝나자 새로운 집에 대한 걱정은 한 차례 사그라들었다. 물론 이사짐 센터 예약, 대형폐기물 배출 예약 등등 후반 처리 작업들이 남아있었지만, 집에 관련된 문제들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은 작업들이었다. 파워 J의 성향을 발휘하여, 사랑해 마지않는 스프레드 시티에 한 개씩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전세금 반환 및 새로운 전세집 구하기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전집을 소개시켜주었던 공인중개사에 대한 미뤄왔던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녀가 집에 대해 솔직하게 말만 했어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 임대차 수수료를 내는 것일텐데..


억울해!!! (출처: 무한도전)

 

물론 임대차 수수료는 앞으로 이사갈 집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액수였다. 전세금의 비례하여 수수료를 책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액수가 적고 많음을 떠나서, 나는 실수에 대한 배상처리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처라 생각하고, 고민 끝에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 안녕하세요. 집은 제가 다른 공인중개사 통해서 직접 세입자 구했습니다. 
매물에 대해 인지도 제대로 못하셨고, 위법건축물 등록시점에 대해서는 제게 거짓말도 하셨던데 수수료 돌려받고 싶습니다.


공인중개사 : 그거 얼마 되지도 않던데, 젊은 사람이 돈이 그렇게 없나요?

뭐래는 거야 증말..(출처: 무한도전)


띠용...?

수수료가 주 수입인 공인중개사가 고객의 42만원을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치부하다니. 그러니 그런 식으로 계약을 체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다시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 뚝딱대기 시작했다. 


나 : 돈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게 아니지 않나요? 위반건축물을 토지대장도 없이 적법으로 체크해 계약하시다뇨. 공인중개사 업무 정지나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럼 계약금은 안돌려받아도 되니 신고하겠습니다.  


공인중개사 : 지금 저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건가요?
저 이거 녹음할테니까 협박죄로 고소할 거예요!!!

지친다.. 지쳐 ㅋㅋ (출처: 무한도전)


말이 안통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나기보다, 이렇게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 하필 내 공인중개사였다는 사실에 답답했다. 물론 타격감도 없었다. 법률대로 신고를 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협박죄로 성립하지 않거니와 (그럼 협박죄로 고소할거라는 건 협박죄에 해당되나..?)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녹음까지. (녹음이 증거물로 채택되도 전혀 잘못 말한 것이 없고, 오히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기에 멍청함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드려야 할지 난감했다. 


나 : 녹음하시고, 신고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잘못한게 없어서요. 그럼 일단 수수료를 돌려주실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대부분의 고소 동기는 어떠한 재산 상의 피해액보다 사소한 감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더니, 나 또한 협박죄로 고소할 것이라는 말에 나도 확 고소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감정으로의 대응은 최악의 결과를 낳으므로, 차분하게 대답 후 공인중개사 신고방법에 대해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고소도 귀찮아요 (출처: 무한도전)


 높은 집값, 부의 재분배 실패 등 젊은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라는 증거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서 진짜 살기 힘들다 라는 것을 느낄 때는 저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지만 냉정하게 사실 똥이 더러워서 피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내가 42만원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벌이, 수입이 있었다면 꼴도 보기 싫은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를 돌려달라는 말 조차 하지 않고, 그냥 말 없이 공인중개사를 신고했을 것이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그렇게 돈이 없냐는 소리도 듣지 않았겠지..


 젊은 사람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이 없는 젊은 사람인 것이다. 그건 억울하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는 그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공인중개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무례한 사람에게서 듣다니... 뭐 이렇게 인생 경험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 두달 간 이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청하려 하였으나, 피해보상이라는 개념이 애시당초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피해보상의 조건은 명백한 재산 상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미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주었고,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세입자를 구한 행위가, 거꾸로 공인중개사에게 피해를 주장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그렇다고 해서, 공인중개사의 계약 오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공인중개사협회에 부당신고처리는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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