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인연은 마치 파도처럼 왔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by 체바눈

제 소중한 벗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학교 어딘가에 붙어있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26년 임용고시

합격자들을 축하하는 현수막이더군요. (독자님이 이 중 한 분이라면 축하드립니다.) 저에게도 임용고시를 치러야 할 친구들이 많습니다. 저는 군대를 마치고 이제 2학년이라, 군대를 가지 않는 동기인 친구들은 부쩍 4학년이 되어버렸죠. 그 친구들은 더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가끔 연락을 하기는 하지만, 밥을 먹자고 부르거나 하기도 조금 미안하죠. 저의 1시간과 그 친구의 1시간은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이 많은 친구들이 졸업하여 사회로 나갔고, 얼굴을 보기 힘듭니다. 앞으로 계속 연락하자고 약속했고 지금도 아예 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활발했던 그 시절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서툰 저에게 앞서 말씀드린 친구가 거의 전부였거든요. 서툰 저에게 먼저 다가와준 매우 고마운 벗들입니다. 그래서 그 빈자리가 더욱더 공허하게 느껴지고, 새로 사귄 친구들로는 완전히 메꾸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몸의 어딘가가 뚫려 그 틈으로 바람이 스쳐 따갑고 답답한 기분입니다. 당연하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이런 불평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이 친구들에게 실례이고, 앞으로 많은 추억을 만들며 많이 웃을 것이기에 지금의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오늘따라 더욱 옛 친구들이 그리워집니다. 이 기분을 술로 달랠 수 있을까요.



인연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마치 파도가 떠오릅니다. 제가 바닷가에 서 있으면 파도는 감사하게도 자연스레 다가와줍니다. 그 순간은 매우 즐겁습니다. 하지만 여느 인연들이 그렇듯,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저는 그 인연이 아쉬워 손으로 파도를 퍼 올리지만, 제 손 틈을 타고 흘러 떨어져 내립니다. 울적한 기분이 들지만, 고맙게도 새로운 인연이 다시 파도처럼 다가옵니다. 새로운 벗을 사귀는 건 기쁜 일이지만, 어떡하죠. 과거의 벗과 만들었던 모래성은 이미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채, 제 기억 속에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물결에 몸을 맡긴 채 표류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인연을 소중히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