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길을 잃은 마라토너에게'를 다 쓴 뒤 피곤해 누워있다가, 책장에 있는 이기주 작가님의 책 '언어의 온도'가 떠올라 꺼내 펴냈습니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이라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치 타로점 보듯 무작위로 골랐죠.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얼어붙어있던 마음 한편이 녹아내리듯 그 기억 또한 점차 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이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107쪽.
저는 언어의 온도를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우리가 쉽게 내뱉을 수도 있는 말의 온도에 대해 우리 스스로 고찰하게 하는 이 책은 읽을수록 복잡한 감정이 들곤 합니다. 동시에 제가 글을 쓰기 전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 결국 집어 들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가끔 저에게 독서를 시작하기 좋은 책이 무엇이냐 하고 물어볼 때도 언어의 온도를 추천합니다. 어색한 글자와의 사이가 조금 가까워질 수 있는 책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한편 본론으로 돌아와서 애지욕기생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는 버스 내에서 들리는 어느 한 부부의 통화로 시작됩니다. 통화 내용을 듣자 하니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듯싶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 덕분에 제가 삽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글의 제목이 애지욕기생인 이유도 책의 필자께서 아내의 말을 듣고 떠올린 단어라고 합니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애지욕기생의 파트는 끝이 납니다.
맨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 읽었을 때 모두 그 소감은 동일합니다. 사랑에 대한 경외감, 사랑이 무엇이길래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걸까요. 제가 겪어왔던 '사랑'에 대해 잠시 설명드리자면, 가장 처음 받은 사랑인 조부모님과 부모님으로부터의 아가페적 사랑이 있겠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대가 없는 사랑인 아가페적 사랑은 주로 부모가 그 자식에게 주곤 합니다. 저 또한 부모님을 사랑하곤 하지만, 이것은 책 속의 그 사랑과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죠. 이후 저는 성장하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사귀어왔습니다. 이 또한 일종의 사랑이죠. 플라토닉 사랑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대뜸 친구한테 "너 때문에 내가 산다."라고 하면 되려 정신 나간 친구 취급을 받을 테죠. 연인 사이의 사랑인 에로스적 사랑이 아마 제가 찾고 있는 사랑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많은 연애 경험을 거쳐온 것은 아니지만 저를 살아가게끔 하는 그런 연인은 못 만나온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서는 마음 한 구석에 약간의 구멍이 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잠시 저의 얘기를 하자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저는 사진과 거울을 멀리했었습니다. 다른 곳에 비친 저의 얼굴이 퍽 부끄러워 보였거든요. 저는 그래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곤 하면 주로 누군가를 찍어주는 역할을 자처했었습니다. 그게 궁금했던 저의 친구는 제게 물어봤죠. "넌 왜 사진 찍는 것을 안 좋아하냐." 저는 답했습니다. "못생긴 얼굴 봐서 뭐 하냐"라고요. 이에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조차 너를 안 좋아하면 누가 널 좋아하냐." 잠시 머리가 하얘지더군요.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저 조차 사랑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이상, 이것에 예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인간은 정치-사회적 동물이니까요. 그렇기에 일부 사람들은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만이 메꿀 수 있는 구멍이 뚫린 채 타인에게 그 구멍을 채워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채 타인에게 그 물음을 들이미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제가 했던 방법을 공유드리죠.
가장 먼저 거울을 보면 됩니다. 거울 보는 게 익숙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하려면 막막하겠지만, 괜찮습니다. 이건 과제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없기에 시간은 많습니다. 천천히 자기 자신을 떠올리며 장점과 단점을 떠올려보세요. 저처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마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떠오를 겁니다. 괜찮습니다 일부 단점은 시각을 달리하면 장점으로 바꿀 수 있고, 정 장점으로 승화할 수 없더라도 고치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고치고 개선하다 보면 어느새 떠오르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질 겁니다. 이제 자신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혹은 이미 사랑하는 중이거나요.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세요.
이 글은 과거의 저에게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분들께 바칩니다.
모든 인간은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