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잠겨가는 자들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욱 떠오르는 법이죠.

by 체바눈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위 문구는 유명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대표적인 문구입니다. 여러분들은 하루에 몇 번 선택하죠? 저의 경우에는 10시에 일어나서 더 잘지 말지 1번 선택하고, 결국 늦잠을 자게 됩니다. 이후 1시 이후에 일어나서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죠. 식사를 마친 뒤 샤워를 하고 어떤 과제와 공부를 할지 선택합니다. 이렇게 가면 끝이 없겠군요. 아무튼,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 같습니다. 그리고,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는 필연적으로 '실수'를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실수로 인해 오히려 상황이 좋게 끝날 수도 있고, 실수를 하지 않아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요인으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인과는 저희의 생각보다 더욱 복잡해서, 모든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죠.



며칠 전, 저는 친구가 답례로 준 비닐봉지 속에 있는 아이스티와 탄산수를 보고 시원한 탄산 아이스티를 상상하며 탄산수에 아이스티 가루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탄산수의 거품이 크게 요동치더니 부풀어 올라 마치 화산의 용암처럼 책상을 덮어버렸습니다. 하필 또 그 과정에서 아이스티 가루가 용해되어서 약간의 끈적임도 느껴졌죠. 그렇게 저는 탄산수의 6할을 날렸습니다. 마치 멘토스를 콜라에 넣었을 때와 같은 반응 같습니다. 저는 아이스티를 탄산수에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고, 이렇게 저의 무지로 인해 '실수'가 발생했습니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사람의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먼저, 후회를 뒤로한 채 교훈을 얻고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 중 이런 사람들이 몇 명 있더군요. 그리고 후회에 사로잡혀 실수했던 그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여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 또한 후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위에 있는 일의 경우 사소한 일이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아르바이트, 직장, 군대, 과제, 시험 등 조금 중대한 일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나만의 일이 아니기에 죄책감으로 인한 후회가 나를 덮치기 시작하면 마치 바닥에서 늪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 늪은 갈수록 끊이지 않고 불어나 저의 목까지 올라옵니다, 더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숨을 쉬는 것이 힘들지는 않지만,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겨우 진정되면 다시 그 늪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집니다.



저는 과거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따금 아무 생각이다 하다 보면 불현듯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나, 잘못들, 말실수들이 휘몰아쳐 다시 늪이 차오르는 기분이 자주 듭니다. 그만큼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같은 실수를 다시 잘하지 않게 되지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러한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했지만, 그만큼 더 답답해지고 더 떠오르는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욱 생각나는 느낌. 더욱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오히려 더욱 떠올라 가슴을 조여 오는 것이 사람 심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그냥 흘려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의 부끄러운 치부를 직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 바랍니다.!!]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가 재밌게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이미예 작가님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죠. 꿈을 파는 이 백화점에서 손님들이 컴플레인을 걸었습니다. 악몽을 구매한 고객분들이죠. 초기에는 컴플레인을 걸었지만, 반복되는 악몽으로 손님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실제로 꿈 백화점이 존재한다면 저 또한 악몽을 구매해서 언젠간 마음의 동요 없이 저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싶습니다. 만약 백화점이 없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저 스스로 노력해서 극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마치 목 끝까지 차올랐던 것 같던 늪이 다시는 저를 괴롭히지 못할 테죠. 조금 더 마음이 가벼워져 날아갈 수 있도록.



당신이 후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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