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은 채로 살아내던 시간

by 쑤니로그

KakaoTalk_20251206_195748200.jpg


기다림을 버티기 위해
‘살아내는 연습’을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갑자기 단단해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했고,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면
얼굴을 스치는 찬 공기가
나를 잠깐은 진정시키는 듯했지만
그 아래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떨림이
늘 함께 있었다.

아이 학원 가방을 챙겨주면서도
문득 마음이 저려왔다.
평소처럼 늘 해오던 일인데
그 사소한 행동이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졌을까.

가방을 건네며
“잘 다녀와”라고 말하는 순간마다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드는 질문이 있었다.

‘내가… 계속 이렇게 해줄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
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방의 무게보다
내 마음의 무게가 더 무거운 날들이었다.

친구들과 만나 웃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저릿하고,
설거지를 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창가의 빛이 이상하게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나는 분명
살아내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감정은 늘 뒤섞여 있었다.

불안, 두려움, 희망, 체념,
그리고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

그 모든 감정들이
내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를 흔들었다.

그래도 나는
하루를 쌓아 올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완전히 괜찮아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고.

딱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흔들리면서도
조용히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을 ‘이겨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나는 그 순간순간을
붙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애씀 자체가
그 시절의 나를
겨우겨우 버티게 해 줬던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작은 마음 기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