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ay 32 직장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서 가장 황당한 이야기를 써봐요.
"이모, 꼬마김밥 다시 싸요!" 사장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따끈한 밥으로 정성껏 만들어서 내보낸 김밥을 왜?' 이상스럽게 생각하며 사장에게서 김밥 접시를 받아 들었다. 접시에는 어른 중지 길이와 굵기가 비슷한 꼬마김밥이 세 개 남았다. 김밥 위에는 꼬부랑 머리카락이. '어~ 어~ 이거 웬 일 이래' 밝은 갈색 한 올이 짧게 말린 채 달랑 올라앉았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의 손은 둔하다면서 업주들이 모두 꺼렸다. 다행히 이 분식집 사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나를 채용했다. 그런데 내 머리카락도 아닌 것이 '날 좀 보소오~, 날 좀 보소오~~' 하면서 놀리는 것처럼 반납되었다.
모가지 잘릴 일은 시간 문제였다. '어디로 가서 나를 쓰라고 헤매지…' 김밥 싸는 손이 떨리기까지 하였다. 8개 꼬마김밥을 겨우 접시에 담았다. 두 눈을 확장하여 면밀히 살펴본 뒤 사장에게 주었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할 것 같지 않았다. 머릿수건을 쓰는데 '어쩌다 김밥 위에 꼬부라진 것이 떨어졌을까' 손은 움직이면서 머릿속은 원인을 찾기에 분주했다. 그렇지만 일자리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아 화두로 떠올랐다. 참으로 막막했다. 나이 많다고 문전박대하지 않았는가. '하, 참… 어이없네… 날 벼락도 유 분수지'
젊은 사장은 연신 매장에서 주방을 들락거렸다.
마음이 붙들리니 시간도 가지 않았다. 고객들이 뜸하였다. 사장이 접수만 받는 학생과 마무리를 하면서 말했다. "이모는 희고, 쌩머리라서 이모가 실수한 기 아이다. 그라고 우리 측 잘못도 아인기라. 필시 김밥 위에 빠마 머리카락을 떨차는긴데 손님에게 시비를 걸마 안 된다" 옆에서 듣던 중 '이모는 희고 쌩머리다'
는 소리에 고개를 똑바로 쳐들 수 있었다. '아이고, 살았네~'
사장은 별 별 손님이 다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고객에게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루는 사장이 배달 보낸 음식을 직접 찾아와서 먹는 것을 봤다. 버리는 것이 아까워 먹는다고 했다. 실컷 잘 먹다가도 맛없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전화를 한다나. 그래서 사장은 완전할 것을 요구하며 엄청나게 볶아댔다. 사장의 힘든 상황을 지켜보며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영 분식업자의 고통을 하나 둘 보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선생의 똥과 장사하는 사람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젊은 사장이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볼 적마다 문득, 문득 속담이 연상되었다. 전업주부로 살던 내가 주 5일 5시간 '알바'를 해보니 얼마나 편한 백성이었으며,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순수하고 단순한 줄 알았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더니 딱 맞았다. 내 아이들이 받는 월급의 가치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사진; 정혜
대문 사진: 안심 체육공원에서 금호강변 둑길 사이로 겨울의 봄 빛 나무가 보이는 것이 이색적이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강가에 봄 빛이라니…
아래 사진: 안심 체육공원의 연못에 봄 빛 나무들이 투영되는 것은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