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Sep 29. 2020
당신이 겪은 위기를 소개해주세요. 다만 그 위기의 경험에서 갈등을 극대화시키거나 최대한 과장해서 써보세요. 픽션을 가미하는 것도 좋습니다. 결말을 절대 교훈적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내게 희나리 져버린 위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서 가장 깊이 각인되었는 것이 금강경에 나오는 한 구절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다.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의 뜻은 '과거의 마음은 얻을 수 없다'이다. 또 현재는 계속 지나가므로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은 오지 않았으니 더더욱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남편은 대령으로 계급 정년 퇴임을 2004년 12월에 했다. 자타가 별을 따는 것에 대해서 이구동성으로 인정했다. 군(軍)은 제대하는 그 해에 대통령 상으로 별을 대신했다. 재직 시절에는 사업을 하면 잘 해낼 것이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 그래서 제대한 후 그는 과감하게도 사업에 손을 댔다. 50대 이후 퇴임한 자가 가장 금기시하는 그 사업에 '잘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그리고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려고 정치 판에 뛰어들었다.
"다른 집 여자는 전세금마저도 빼서 사업자금 밀어준다고 하더라" 협조하지 않는 내게 토해낸 남편의 말이다. 그리고 생활비가 쥐꼬리로 변했다. 그는 언어폭력으로 서로의 마음을 할퀴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황혼이혼을 날마다 연구했다. 남편의 언어폭력은 무엇보다 가장 견뎌내기 힘겨웠다. 재판이혼 신청서의 사유란이 빈 곳 없이 다 해당되었다. 가정법원에 협의이혼도 아닌 재판이혼 신청서를 냈다.
황혼이혼은 절대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남편은 위자료를 줄 상황이 못 됐다. 아이들은 다 컸고 나의 손길이 필요 없다. 오로지 나의 거취가 문제였기에 대문을 박차고 나설 수 없었다. 휴화산. 남들이 볼 때는 멀쩡했지만 지하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강도가 세어지고 있었지만 분출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소도 누울 자리를 봐가며 뻗댄다.
나의 의지처는 붓다의 가르침이다. 수렁에 빠져 있었지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로지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위기의 상황이 극복할 수 있는 나로 키웠다. 돈과 명예에 집착한 그가 오히려 불쌍히 여겨져 이혼에 대한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남편이 변화되기를, 다 큰 삼 남매였지만 부모의 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고가 달라진 남편을 기다리기로 했다.
근래 겨우 찾은 남편과 나의 진정한 평화의 시대. 그런데 그를 해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이 나타났다. 남편은 현재 딸의 아파트에서 피신하고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다. 남편이 원인 제공을 했다고 추측한다. 진심으로 그를 도와주고 싶다. 그는 남자라는 이유로 혼자 해결하겠다며 나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는 눈에 뜨이게 얼굴이 흔들리고 있다.
남편과 나는 진심으로 평화를 지키고 싶다. 남편의 건강 상태가 심히 걱정스럽다. 나마저 남편에게 심적인 고통을 안겨주지 말아달라고 한다. 나는 남편 혼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연한대도 말을 할 수 없는 나를 보고 있다. 남편의 얼굴이 흔들릴 적마다 "중풍으로 쓰러지면 어쩌지?" 외부의 충격으로 죽음까지 예상을 하게 된다. 죽음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10월 초, 경주 어느 곳에서 찍은 연꽃과 연자와 연꽃 잎이 떨어지고 노란 수술만 남아서 완벽한 수정과 연자(蓮子)의 착상을 돕고 있다.
아래 사진: 딸의 아파트 11층에서 바라보는 석양.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092635934
댓글 18 공감 20
Chong Sook Lee Sep 18. 2020
누구나 힘든시기를 넘기며
살아야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여러가지 문제로
해어날수 없는 현실이
실로 삶이 무거워지지요
잘 해결되어
평화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작가님
정 혜 Sep 18. 2020
고맙습니다, 작가님.
평화를 유지하지 싶습니다.
작가님의 평안한 오늘이 되시기를요.
gogogo Sep 18. 2020
정혜님께서 잘지켜주셨네요
이렇게 힘든일도 다 지나가네요
잘읽었어요
무신 Sep 18. 2020
하아, 어려운 일들 이군요. 주위에 남자 은퇴 후의
갈등하는 분들이 제법 많아요. 평생 조직속에 군림해 살다 집으로 돌아온 분들, 가정에 적응하기 어려워 아내에게 의지 하려하고, (태도가 은퇴해 아내를 직원 처럼 대하죠) 집 아내는 집안에서 살다 이제 자유로운 생활의 시작인데. 충돌.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데 모를일입니다. 꼰대 정신이 바뀔런지 걱정입니다.
두서없습니다. 아마 모두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상선약수 Sep 18. 2020
작가님에게 그런 힘든 시간이 있으셨군요. 예전에 둘째 낳고 겪었던 저의 아픔을 적은 글에서 작가님은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셨어요. 곁에 있다면 품에 안고 등을 토닥거려 주고 싶다 하셨죠. 그 말씀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저또한 남편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착찹한 심정의 작가님 손을 잡아드리고 싶어요. '마음챙김' 을 이렇듯 잘 하고 계시는 작가님 곁에 계시는 남편분도 마음의 평화를 곧 얻게 되시지 않을까요?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18. 2020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심적으로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시겠지만 말입니다. 태풍도 지나간다고 하지만, 당사자에겐 태풍이 지난한 일이될 것 같습니다. 글과 함께 답답함을 풀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순희 Sep 18. 2020
정혜님~~
붓다의 기르침으로
글쓰기로,
책읽기로
이겨내고
버텨내고 계시는
정혜님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손자 키우고 계시는 따뜻한 모습도
보기 좋아요.
진솔한 글은 언제나
울림이 있고
힘이 있네요
정혜님 응원합니다 ~^^
정 혜 Sep 19. 2020
@gogogo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 혜 Sep 19. 2020
무신님은 그러지 않으실 겁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잘 풀어지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정 혜 Sep 19. 2020
상선약수님의 지적처럼 남편이 마음의 평화를 한시 바삐 찾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댓글에서 학생들을 매의 눈으로,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상선약수님에게 안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정 혜 Sep 19. 2020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도 남편에겐 지난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잘 지나가겠지요.
글로 풀어내 보겠습니다!
정 혜 Sep 19. 2020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108일 동료로 수련의 글을 쓰게 되는 인연이 지어졌네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혜나무 Sep 19. 2020
무겁게 박혀있는, 꺼내시기 힘든 일들을 담담히 풀어주시고 감당해내시는 모습을 배웁니다.
저희 어머니도 아버지로부터 말의 상처를 많이 받으셨지요... 생활의 궁핍도 함께요..
작가님처럼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셨구요.
남편분의 불안과 건강을 걱정하시는 모습에서 깊은 사랑이 전해옵니다.
부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 평안한 시간들이 잠잠히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그냥 전부 다 소설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fragancia Sep 19. 2020
하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글을 읽으며 묵직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정혜님께서 걱정하시는 바도 느껴지구요... 부디 평온하길 그 평온이 오래오래 유지되길 기도해봅니다.
박유신 Scott Park Sep 20. 2020
그 시간을 보내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다만 짐작해볼 뿐입니다. 정혜님과 남편분의 마음의 평화를 빕니다.
정 혜 Sep 29. 2020
답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혜나무님의 따뜻한 보살핌의 말씀으로 다 정리된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로나로 오고가는 것이 부자유 하더라도
저 둥근 달같은 한가위 되소서.
정 혜 Sep 29. 2020
향기님의 축원이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석 연휴가 힘드시겠지만 향기롭게 향기를 날려드리면 좋겠지요?
정 혜 Sep 29. 2020
좋은 말씀처럼 잘 되리라 믿습니다.
그곳에서도 추석 명절을 보내시나요?
답글이 늦어서 한가위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에는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보름달을 볼 수 없답니다. 현재.
다음 월요일에 만나요!
Sep 29. 202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