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땡이가 인정 받을 수 있을까

by 정 혜

Day 19 직장에서 농땡이를 치면서도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비법을 들려주세요.



나는 병사들이 오계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한다면 사회생활과 대인관계가 수월해진다는 믿음이 크다. 포교를 하면서 병사들을 지켜본 결과, 남자들은 어릴 적부터 종교생활에 물들지 않으면 짧은 군 복무 기간에 만난다는 것을 알았다. 법당에 오는 병사들은 불자 집안의 부모님이나

할머니가 다녀서 왔다고 하거나, 아니면 불교를 알고 싶어서였다. 또는 고참 눈을 피해서 왔다가 간식까지 먹으니까 그 바람에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병사들은 여러 유형으로 법당을 찾아 오지만, 나는 붓다의 바른 가르침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20 초반 학교나 사회로 돌아가야 하는 청년들이라서 나 스스로 언행에 무척 신경을 썼다. 내가 병사들 덕분에 참다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병사들이 내게 무엇을 요구하면, 나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말만 하면 다 들어준다'면서 나를 믿었다. 병사들의 신뢰감이 나의 내면을 충만하게 했다.


종종 병사들에게 오계를 풀어서 법문 했다. 법문 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서 대대장에게 카톡으로 가끔 보내준다. 나는 병사들에게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렇게 교육하고 있다고. 그리고 읽는 대대장도 읽고 배워서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이라는 의미도 담아서. 배우라는 것은 내 마음이고, 대대장은 병사들의 종교까지 손을 쓸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어디든 가라고 떠밀 수는 있지만. 그러나 근래는 강요 비슷한 발언도 못하여 개신교, 불교, 천주교로 발길을 돌리는 병사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나는 오계를 이렇게 말해 주었다. '1계, 살아 있는 생명체를 해치지 않는다'는 살아 있는 것 모두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만일 훈련하는 도중 살생할 경우가 생기면 "미안하다, 좋은 몸 받고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 아니면 그저 "미안합니다" "좋은 몸으로 태어나세요"라고 축원을 권한다. 기어이 죽이고 말겠다는 악한 마음보다 선하게 대처하는 마음가짐은 다르다. 비록 미물이지만 선한 마음으로 대하면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계는 '남이 주지 않은 것은 가지지 않는다' 즉 남이 주지 않은 것이므로 도둑질이 된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들고 다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 어디다 두고 온 것이지 타인에게 가져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통은 임자 없는 물건이라며 주워간다. 나도 그랬고, 혹시 돈이 떨어져 있나 하고 땅을 쳐다보고 다니기도 했다. 나는 병사들에게 이 계를 설명하면서 그동안 나의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을 참회하였다.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잃은 사람이 되돌아와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대부분 누군가가 주우갔을 거라며 찾으러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도 두라고 했다. 우리는 이런 양심이 절실히 필요하므로 귀담아듣고 실천하여야만 병사들의 세대가 살기 좋아진다고. 작은 것이지만 집어가는 사람은 도둑이 되고, 잃은 사람은 도둑을 암묵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병사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근무처의 물건을 내 것처럼 가져갈 수 있다. 상관이나 사장이 가져가라는 말하지 않았으니 이면지 한 장이라도 내 것은 아니다. 근무처의 기물을 내 것처럼 아끼고 소중히 다루되 말없이 집어가지 말아라.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있다, 그러한 마음이나 행동가짐이 승진을 좌우한다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분위기를 병사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강조를 했다. 앞선 세대들의 좋지 않은 면은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면서.


3계는 '사음 하지 말라'다. 나의 남편 이외의 남자와 아내 아닌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성폭행이나 성추행도 해당된다.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요, 전에는 '애인이 있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 나도 우스개 소리로 많이 써먹었던 사람이다. 병사들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경전을 뒤적이면서 가르침의 뜻이 잘못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들키지 않으면 됩니다!" 들키지 않는 남자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당했는 여자의 입장은 생각해 봤느냐고 질문을 해봤다. 병사들 모두 그런 생각조차 없었다. 병사들이 이러니 사회적 분위기는 오죽하겠나 말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은 유산을 하겠다고 병사들은 답했다. 유산, 임신중절은 '살생'이다. 병사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4계, 거짓말하지 말라. 내 남편은 곧잘 눈곱도 떼지 않았으면서 "어, 지금 나가는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라고 전화를 받는 것을 봤다. 병사들에게 오계를 설명해주면서 남편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말해주었다. 병사들은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거짓말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내게 질문했다. 나도 병사들에게 가르치면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거짓말은 한 번 하면 두 번 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야만 하고 어떻게든 믿게 하려고 궁리를 한다. 눈덩이처럼 커지면 감당할 수 없다. 사람은 유유상종이라 같은 부류끼리 놀거나 만나 지게 된다. 거짓말을 버릇처럼 하면 그런 사람만 주위에 모인다. 그러나 바른말을 하려고 노력하니 말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나의 생각이 변하였다. 무엇이든 그저 되는 것은 없었다.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5계는 술이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것들이다. 요즘은 음주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내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살면 직장에서 농땡이 쳐도 살아남게 되지 싶다. 그런데 나는 나부터 바뀌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변하고 사회분위기도 변모하면서 좋은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 농땡이에 국한되지 말고 진정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변화하는 내가 많으면 사회도 바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대구 안심체육공원에 조성된 억새 군락지.

나는 저 푸른 하늘을 향해 흔들리는 억새의 속삭임을 듣는 것이 참 좋다.


아래 사진: 억새 군락지 옆에는 국화 밭이 하트 형으로 조성되어 있다. 나의 손자가 팻말에 의지하여 서 있다. 금년 가을의 정취를 손자와 함께 만끽하는 행복한 순간이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16814420




댓글8 공감 19


gogogo Oct 15. 2020

5계의 내용대로 하면

농땡이를 쳐도 잘해낼수있는넉넉함이있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박유신 Scott Park Oct 16. 2020


덕분에 5계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혜나무 Oct 17. 2020

참 쉬울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2계에 있어서는 저도 별 죄책감없이 행하기도 합니다.

5계 또한 대학생이나 사회인들에게 너무 만연해 있어서 사고 사건들이 많습니다. 제 딸은 저 닮아서 술도 못마시는데 거의 모든 미팅이 술자리어서 미팅도 싫어라하네요. ㅎㅎ.
다섯가지의 기본기가 충실하다면 농땡이를 칠 사람도 아닌 것 같습니다 ^^


정 혜 Oct 18. 2020

@gogogo

일 할 때 확실히 하고, 놀 때 농떙이는 몽땅!
이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이 큽니다.
글고님 글 읽으러 가야하는데 그저 바쁘기만 하네요.
고맙심데이~



정 혜 Oct 18. 2020

@박유신 Scott Park

천주교의 십계명과 1~5번까지는 빼도 6~10번까지는 비슷하지요?
저도 고맙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셔서요.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8. 2020

5계, 좋은 가르침 잘 배웠습니다.


정 혜 Oct 18. 2020

@혜나무

옛날 소동파 님께서 어느 절 선사를 찾아 갔어요. 당대를 떠들석 하게 했던 인물이니 얼마나 교만했겠어요.

도가 무엇인지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선사에게 요청했답니다. 이 선사는
'죄를 짓지 말라.
그리고 선을 행하라,
그러면서 자신을 깨끗이 하라.
이것이 불교다.'
라고 했어요. 다 들은 소동파 님은
"하이구, 그런 거야 다섯 살 먹은 아이도 다 아는 말이네요."
"다 알지만 행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라고 선사가 답했다고 합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고맙습니다!


정 혜 Oct 19.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가을 하늘을 정말 아름답습니다.
서울 하늘은 어때요?



Oct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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