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셀리의 세레나데

by 정 혜

Day 20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 한 곡과 그 이유를 써주세요.



중학교 3학년이었지 아마. 학우들은 거의 집으로 가고 선생님과 나, 몇몇이 언덕에 앉았다. 선생님은 비스듬히 지면을 따라 왼쪽 팔에 의지하여 눕다시피 하늘을 쳐다보셨다. 그리고는 가을 창공을 향하여 노래를 불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로 퍼져나가는 선생님의 노랫소리가 청아하였다. 무슨 노래인지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가사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에게도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였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다. 내가 선생님의 노래에 걸맞게 부른다고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는 "어서 가자 가자 바다로 가자 출렁출렁 물결치는 푸른 바다 물속에 산호 숲이 우거지고 로맨스를 찾아서~ " 그러면 합창하는 이들이 "헤이"라면서 추임새를 넣는 대중가요였다. 왜 불쑥 이 노래가 생각나서 내가 시작하자 다들 따라 불렀는지…


나는 큰 소리로 신나게 부르면서도 '이건 아닌데…' 선생님 보기도 그랬고 친구들에게 민망하여 남은 도시락을 열어 면(面)구함을 면하려 부산을 떨었다. 나의 수준 이하가 느껴지면서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음악책을 뒤적여서 선생님이 부르던 노래를 찾았다. 토셀리의 세레나데였다. 피아노는 칠 줄 몰랐지만 음계는 짚을 줄 알아 건반을 눌러가며 배웠다.


토셀리 세레나데는 지난날을 추억하며 부르는 노래다. 누구나 좋아할 아름다운 가사였고, 따라 부르고 배우기도 쉬웠다. 그 가사는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 날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 날 은빛 같은 달 빛이 동산 위에 비치고 정답게 속삭이던 그때그때가 재미로워라 꿈결과 같이도 지나갔건만 내 마음에 사무친 그 이름 그리워라 사랑의 노랫소리 아 아 아 기쁜 우리 젊은 날


토셀리의 세레나데에 맞는 노래는 무엇일까. 얼굴은 시도 때도 없이 붉어졌다.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연구했다. 군인인 남편과 혼인을 하니 회식장소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중학교 시절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하였다. 새삼스레 그때 왜 그런 노래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품격 있고 우아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언제인지 모르는 날 문득 송 창식 씨의 대중가요가 귀에 들어왔다. 서 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 시에 직접 작곡한 노래였다. 거침없이 질러대는 소리가 푸른 하늘과 닮았다고 연상되었다. 나는 이 노래를 배우면서 시를 음미하니 어디 가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내가 찾는 노래였다. 시(詩)인 가사가 아무 때나 불러도 좋지만, 특히 가을에 부르기 적합하다.


토셀리의 세레나데에 맞는 노래를 찾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어젯밤에는 손자를 재우면서 세레나데를 불러주었다. 지나간 소풍날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부끄러웠지만 아가(雅歌)를 찾아내는 기쁜 나의 젊은 나날이었다. 산책 길에 유모차를 밀면서 손자가 들을 수 있게 소리 높여 가을을 노래해야겠다. 초록이 지쳐서 단풍 드는 감나무 아래로 가서 사진도 찍어주어야지.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하늘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어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어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안심체육공원에는 억새 밭이 조성되어 있다. 가을 어느 하루 이 글과 어울리는 구름을 배경으로 억새를 찍었다. 사진이 커서 아래 위를 잘랐더니 아쉬움이 남는 대문 사진이 되었다.


아래 사진: 안심체육공원에는 다양한 관상수가 철마다 잎과 꽃이 다르다. 이 가을에는 감나무 단풍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17002550



댓글 6 공감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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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Scott Park Oct 17. 2020

송창식의 푸르른 날,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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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Oct 17. 2020

토셀리의 세레나데..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저는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작가님의 소녀스런 부끄러움과 가을 소풍의 아련한 그리움이 전해옵니다. 저도 이 '푸르른 날'노래를 좋아합니다. 서정주 시인의 친일 행적을 별개로 친다면 그의 시는 읊으면 스르르 소름이 돋습니다.거기에 송창식의 깊고 맑은 소리는 금상첨화구요. 할머니덕에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듣고 자라는 손주는 참 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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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8. 202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글 열심히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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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9. 2020

@박유신 Scott Park

서 정주 시인의 시에 작곡도 훌륭했지요?
토셀리의 세레나데도 여러 성악가가 불러서 취향대로 들어보시라고 노래를 올리지 않았답니다.
한 번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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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9. 2020

@혜나무

오늘도 산책을 하면서 토셀리의 세레나데, 푸르른 날, 우리 가곡 '산들바람이 산들 분다'도 불러주었지요.

하늘이 맑고 높아서 정말 잘 어울리네요.
혜나무님도 목청껏 불러 보세요.
꼭 잘 부를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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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9.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ㅎㅎㅎ
노래 부르지 말고 글이나 열심히 쓰라는 말씀이지요?


Oct 16. 20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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