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 구름이 떠 다녀야 운치가 있지

by 정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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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8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누군가를 용서한다면 어떻게 용서할까요? 용서하지 않든다면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런 것이 있을까. 절대(絶對)는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붙지 않는다'고 네이버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을 붙이지 않고 용서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다고 가정을 하면, 단연코 내게는 없다. 나는 이 글제를 며칠 전부터 봤다. 계속 용서할 수 없는 자가 있었는지 살폈다. 그리고 과연 용서 못 할 이유는 무엇일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집착이다. 집착(執着)은 어떤 것이 늘 마음이 쏠려서 잊지 못하고 매달린다는 뜻이다. 한자를 풀어보면 잡을 집(執)에 붙을 착(着), 붙잡고 놓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이런 성미가 못 된다. 손에 붙들고 놓지 않고 오래 있으면 손부터 아파 오면서 팔목에 쥐가 난다. 이건 육체의 고통이다. 또 누군가가 괘씸죄에 걸려서 분노의 치를 떨었다면 이것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이다.


원증회고(怨憎會苦). 네 글자의 첫 자부터 살펴보자. 원망하다의 원(怨)은 '나무라다, 미워하다' 등의 뜻이 담겨 있다. 마음(心) 부수가 들어가는 한자는 우선 내 마음이다. 망(望)은 바란다는 의미이며, 내가 상대에게 바라던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생기는 마음의 찌꺼기다. 원망은 상대에게 원하던 감정이나 행위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나무라거나 심할 때는 미워한다. 그것이 증((憎)이다.


증((憎)은 '밉다, 미움받다, 증오 또는 가증스럽다'. 증 또한 심방변(忄)이 들어간다. 마음이 작용한다는 뜻. 증오는 아주 사무치게 미워하다, 가증스럽다는 '몹시 괘씸하고 얄밉다'라고 사전에 나온다. 내가 미워하든지 미움을 받든 모두가 마음이 작용하여 모래성을 쌓으며 혼자만의 소설을 쓴다. 사람들이 실체도 없는 것에 매달려서 빚어내는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다.


회(會)는 '모이다, 모으다, 만나다' 등의 뜻이 네이버 자전에 나온다. 상대에게 원하던 감정이나 행위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나무라거나 심할 때는 미워지기까지 한다. 미움의 강도가 짙어지면 상대가 가증스러워 죽을 지경이다. 또는 한 집에서 서로를 원망하고, 증오하며 헐뜯고 할퀴며 살상까지 일어난다. 그런데 증오하는 존재는 잊으려고 돌아서면 만나지는 악연의 꼬리가 조건 되어 따른다. 이를 일러서 괴로움(苦)이라고 한다.


내가 상대를 용서하지 못하면 상대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나의 인상이나 말투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어느 시부터 내 어머니의 성정을 닮은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에게서 원하던 것들이 나와 어긋났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부득고(求不得苦)이다. 구부득고에서 원증회고로 진전되어 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원증회고라는 거대한 파도에 휘말리고 밀렸다.


어머니와 남편은 눈만 뜨면 보였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분노하였고, 남편은 남편 대로 나에게 몰아붙였다. 험악한 말과 생각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었고, 나 또한 독의 화살을 만들어 날렸다. 나는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를 빌기만 했다.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고 입만 나불대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누구를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몹시 아프다. 아픔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아주 작은 것부터 생각을 바꾸었다. 송곳은 주머니에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삐죽이 튀어나온다. 단순하게 빼내 버리면 된다. 서서히 소화제가 없어지고 뼈 마디마다 아프던 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변화는 상대가 먼저 감지하는 것 같았다.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참 좋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는다. 내가 가을 하늘이 된다. 새털 같은 구름이 떠 다녀야 운치가 더 있다. 맑은 물에 고기가 노닐지 않으면 볼 맛이 없듯 말이다. 손자를 데리고 박 주영 축구장이 있는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가야겠다. 날씨가 화창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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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 사진: 여름 휴가로 남편과 아들, 딸과 경주 양동 마을을 가보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함께 올라가 본 언덕. 언덕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초가을의 정취에 젖어보았다.


아래 사진: 은행나무 아래에서.

나는 노란 은행잎 사이로 내다 보이는 파란 저 하늘을 무척 좋아한다.



https://blog.naver.com/jsp081454/222115064050




댓글11 공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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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Oct 14. 2020

작가님의 생각을 따라하면

용서못할 사람이 없을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싫은 서람이 생기지만
모든 나쁜 감정은
내마음에 욕심으로 부터
나오는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손자톼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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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go Oct 14. 2020

정혜작가님

청산유수같은글드리
옥구슬처럼 쏟아지네요
감탄의연속입니다
뵙지는못했지만
기운으로느껴봅니다
맞는거같아요
용서하지않으면 내가아파서
그래서 용서해야해요
글 잘 읽고갑니다

남편 시어머님 미움
결국 나를 보라는 메시지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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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4. 2020

누군가를 용사하지 않으면 그 마음이 고대로 저에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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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리리 Oct 14. 2020


그렇겠죠? 절대 용서하지 못할 사람. 아직 제 삶에는 없네요. 괴로움도 원망도 모두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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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Oct 15. 2020

저는 작은 것들은 용서가 되는데 제 자존심을 심하게 파헤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깊은, 진정한 용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에서는 꽁하고 있어 아직도 갈길이 먼 사람입니다.

작가님의 마음 공부를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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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8. 2020

@Chong Sook Lee

저의 생각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를 시키고자 글을 썼을 따름입니다.
오계나 십계명의 정확한 해석과 이해가 되었다면,
용서 못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나쁜 감정은 각자 욕심에서 나온다고 하셨지요.
그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마음공부이기도 합니다.
정성스런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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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8. 2020

@gogogo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용서하면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만, 상대는 자신이 저지른 과보를 다 치러야만 한답니다.
저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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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8.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인과응보라는 말은 염두에 두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심님은 잘 살고 계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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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8. 2020

@키키리리

리리님의 글은 내 일이 많아서 마음 뿐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리리님에게 도움이 될 글을 써 볼 계획도 세워보았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요일 잘 보내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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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Oct 18. 2020

@혜나무

갈 길이 멀어서가 아니고 혜나무님의 성정이 강직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있어보시면 거짓말처럼 지금의 반이 수그러들 거예요.
잘하고 계시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 줄 모른답니다.
고맙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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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리리 Oct 20. 2020

@정 혜 작가님의 마음을 소중히 잘 여기겠습니다. 감사해요~

저에게 도움이 될 글이라니~우와~어떤 글인지 궁금합니다.
여유가 되실 때 써주세요~


Oct 14. 20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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