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아 썩 물렀거라!

by 정 혜

Day 25 당신이 특별하게 믿는 미신이 있나요? 그 미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써주세요.



"미신(迷信)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네이버에는 나온다. 자전에서 '미(迷) 자를 찾아보면 '미혹(迷惑)하다, 헷갈리다, 어지럽게 하다, 혼미하다 등으로 나온다. 믿음을 미혹하게 하고, 헷갈리게 하면서, 어지럽게 또 혼미하게 하는 것이 미신이다. 그래서 사전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이라고 정의를 했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이런 쪽으로 눈도 돌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에피소드는 하나 있다. 국민학교 1학년 때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밤중에 나를 업고 병원으로 가셨던 모양이다. 가는 도중 선득하여 눈을 떠 보니 아버지에게 업혀 있었고, 일하던 언니가 아버지 신발을 들고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병원에 들어가서 주사 맞고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난다. 그 밤 말고도 아버지가 나를 등에 여러 번 업고 밤길을 달렸던 것 같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면 1962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쟁 후여서 그랬는지 대구에는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 식구는 주인과 나란히 붙은 방을 사용했다. 안주인이 내가 종종 밤에 업혀서 다급히 병원으로 쫓아가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아니면 엄마가 세 들어 살던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거나.


안집 아주머니는 가끔 굿을 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어느 여름날 어스름할 무렵 엄마가 나를 불러서 안집 마루 앞에 세웠다. 안집 마루에는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박 바가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부엌칼을 들려주면서 대문을 향하여 힘차게 던지라고 했다. 칼을 잡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냅다 던졌다. 어른들은 칼이 떨어진 방향을 보더니 다시 던지라는 것이다.


칼이 대문 밖으로 나가도록 세게 내던지라고 주문하였다. 그때 주인아주머니 말씀은 대문 바깥으로 칼 끝이 나가도록 하라며 자상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던진 칼을 아주머니들이 확인한 뒤 도로 들고 와서 손에 쥐어주었다. 열린 대문으로 나가도록 있는 힘을 다해 던졌건만 칼 끝이 집 쪽으로 떨어져서 재차, 삼차 가지고 돌아왔다. 그렇게 던지기를 수십 차례 반복한 끝에 겨우 내보냈다.


누군가가 바가지에 물을 부어 밥을 말아서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대문 밖으로 나간 귀신을 먹여서 보내야 한다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지시한 대로 바가지를 들고 대문 밖 지정장소에 갖다 두었다. 그리고는 나의 머리에 칼을 지그시 누른 채 빙빙 돌리면서 뭐라 뭐라고 중얼거렸다. 한바탕 의식을 치른 뒤 열어 두었던 대문을 닫고 엄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케케묵어서 빛이 바래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옛날 옛날에, 간 날, 간 날의 옛적 이야기다.


어쨌거나 그 굿을 해서 그랬는지 심하게 더 아프지 않았다.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달고 살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대구 근교로 발령이 나면서부터 한밤에 업혀 다니지 않았다. 공기가 대구 시내보다 맑은 곳이어서 그 덕을 본 것 아닌가 싶다. 병치레 잦았던 어릴 적 신기한 체험이라서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있다. 대신 아버지의 애간장을 태우던 장녀가 70 밑 자리를 깔아놓은 지금에야 돌아보게 될 줄 몰랐다. 힘겨운 살림살이에 찌들어서 아버지가 보고 싶었으나 그저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버지의 진하고, 너그러웠던 사랑을 일깨워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이런 체험이 '귀신은 있다'는 미신과 상통할 것이다. 미신은 사람들을 미혹시키기 위한 하나의 술수라고 알고 있다. 또 테라와다 불교 교학(敎學)은 사람이 죽으면, 죽는 즉시 인연 닿는 사람의 몸으로 입태(入胎)된다. 그러므로 '귀신'은 있을 수 없다. 또 중음신으로 49일 머물며 49재에 의해서 새로운 몸을 받는다는 말조차도 힌두교의 발상이니 믿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바른 견해로, 바르게 생각하고, 고운 말, 배려하고 칭찬하는 말을 하는 것이 최상이다. 가능하다면 경제적으로 베풀거나, 십계명이나 오계를 실천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를 돌아보며 수신하면서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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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 사진: 을씨년스러운 날 나목을 올려다보았다. 수묵화 한 점을 감상하는 듯 하나, 전에 같았으면 '귀신 나오기 딱 좋은 날'이라고 표현하였을 법한 느낌이 든다.



아래 사진: 대승불교 사찰에 가면 지장전(地藏殿) 전각이 웬만한 곳에는 다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중생을 다 구제하는 날까지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한 보살이다. 이 보살은 보살의 경지에 머물면서 부처되기를 연기하고 있다. 중생 구제가 언제나 끝이 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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