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로또 복권 당첨됐다"

by 정 혜

Day 26 당신은 로또 1등에 당첨됐어요. 근데 가족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해두고 싶어요.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써주세요.



'이거 정말일까' 가슴이 마구 뛰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시 하나씩 맞추어 봤다. 분명한 사실이다. 호흡이 턱 밑까지 차올라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참말이야?' 믿어지지 않았다. '내 복에 무슨 이런 일이…' 또다시 들여다보면서 하나 하나 확인하니 진짜다. '허 참, 믿을 수 없는 일이 다 있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누구도 내게 관심이 없었다. '이 일을 알려야 하나, 알리지 말아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가슴이 쿵쾅거려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남편에게 말할까. 어쩌지?' 아이들의 모습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평소 가끔,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빚 구덩이에서 헤매는 남편을 도우리라 생각도 했다. 또 내 아이들이 내게 잘해 주었으므로 보답 차원에서 얼마간 나누어 줄 계획도 있었다. '말을 할까, 말까'


무작정 걸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우선 진정이 필요했다. '우째 이런 일이 다 있을꼬' 나는 로또에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다. 아들이 샀다면서 한 장을 주고 상경했다. '아들에게 먼저 전화해 볼까' 얼른 손전화기도 꺼내지지 않았다. 내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고, 심장이 벌렁대서 안정이 되지 않았다. 어딘지도 모르게 걷고만 있었다.


내가 자원봉사하는 문경군법당은 시급히 보수가 필요한 곳이다. 몇 년을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호소했건만 모두 다음에 오라고만 했다. 애가 타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수필을 써서 신인작품 공모전에 응모도 해봤다. 당선이 되면 상금을 전액 투척하면서 동조자를 모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기회는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인연이 닿지 않는 일이라 사려하며 포기하고 말았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주위를 살펴서 일단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나 혼자 조용히 처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들이 내게 준 이상 이미 내 것이다.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지인을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 될 것이다. 아마 내 지론으로 굴러 들어온 복이니 나누어도 상관없다고 내지를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이왕 공돈이 생겼으니 보람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판단되었다.


현재 혼자서 자원 봉사하고 있는 50평 문경군법당을 개조할 것이다. 업자한테는 돈에 구애받지 말고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 해달라고 요청할 거다. 전에 증축을 하려고 알아봤을 때 삼천 만원이면 가능하다고 했으렸다. 세월이 흘렀으니 육천에서 일억까지 감안한다 해도 돈은 남는다. 완전하게 구비할 것 다 하여도 남는 돈은 '한국 테라와다 불교교단'에 발전 기금으로 희사할 것이다.


대부분 내 가족에게, 가난한 이웃을 위하는 단체에 얼마를 기부하고, 그동안 돈이 없어서 못 가봤던 외국여행, 집을 샀다는 등 개인적으로 돈을 썼다는 통계를 어디서 본 것 같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더 크게 그림을 그려본다면 어차피 이번 생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상의 내생(來生)을 위해서 이 돈을 투자하는 것이 더 값진 것이다.


재가불자는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오는 공덕행을 많이 쌓아야 한다. 죄악은 저 세상까지 따라와서 바람처럼 내 삶을 흔들지만, 공덕은 저 세상에서도 나의 삶을 공고히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살아오는 내내 고달픔에 시달리면서 삶이 흐느적거렸다. 지금이야 흔들리는 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그러나 다음 생은 한결 수월해진 다른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내가 공덕을 쌓는 조건 중 제일은 불법승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확실한 믿음을 지니는 것, 현재 내가 공돈이지만 거액을 보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으며, 보시 받을만한 붓다의 승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승가는 '한국 테라와다 불교 교단'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팔정도를 실천하면 복을 재배하는 밭, 복전(福田)에 씨를 뿌리는 것이므로 큰 결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씨를 뿌린 밭에서 내 아들 및 가족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말은 가족에게 비밀로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 뿌듯한 상상은 오늘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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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 혜.



대문 사진: 황금은 재물을 의미한다. 저 무수히 많은 은행잎은 나의 내생의 재산이 되어 줄 복권이다.


아래 사진: 재산은 불 같이 일어나서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모든 사람들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저 고운 단풍잎처럼 투명하고, 화려하게 내생을 맞이 할 공덕을 많이 쌓고 싶다.





댓글16 공감 26 공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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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Scott Park Nov 16. 2020

정혜님의 불교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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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annava Nov 16. 2020

지난 목욜 로또복권 일등에 당첨되는 꿈을 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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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go Nov 16. 2020

읽으면서 진짜의 글로 착각하고 끝까지 읽었네요

상황 설명이 너무 리얼하서 푹빠졌답니다
충분히 즐기셨으니 당첨 된거나 마찬가지네요
정혜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문장 구성력 많이배웁니다
감사히잘읽었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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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Nov 16. 2020

생각만 해도 뿌듯해요 :)

20대 때 너무 가난해서 순간순간이 눈물나게 힘들었을 때, 매일 밤 '로또가 된다면'이라는 상상에 기대어 하루를 견뎠던 기억이 나요. 허황된 꿈이지만 제겐 삶을 버티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살만한지 ㅎㅎ 그런 생각에 빠지는 일이 없었네요. 작가님 덕분에 잠시 달콤한 상상에 빠졌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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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16. 2020

가족분들이 보면 약간 서운할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그래도 잘 하셨습니다. 정말로 복권이 당첨된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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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무 Nov 16. 2020

정말 실감나게 쓰셨네요. 저도 심장이 벌렁거릴 것 같아요. 이 글을 통해 작가님의 불심의 깊이도 알게 되어있습니다. 마음 가는 곳에 돈이 간다고.

로또는 로또이고 작가님 수필이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정말 뜻깊은 보시가 되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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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파파 Nov 16. 2020

복권 당첨 시물례이션을 가끔 해 봤지만

정말 멋지십니다. 가장 뜻 깊은 곳에~
생각조차도 못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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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김춘식 Nov 16.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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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박유신 Scott Park

그저 불교가 좋아서 쓴 글인데, 구독자 숫자 늘리는데는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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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mahannava

무척 오랜 만입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토요일에 뵐 것 같은데요.
목요일 꿈을 꾸셨다면 예지력이 있는 분 같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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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gogogo

글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공감력을 높일까 잠시 사유를 했어요.
문득 공모전에서 저의 글이 당선되던 순간을 연상하고 복권과 대체를 해봤어요.
의외로 저도 만족스러운 글이 되었어요.

글고님,
댓글을 쓸 때도 본연의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 쓰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띄어쓰기, 문장 표현이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이 담긴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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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희망

저는 '땅에 떨어진 돈 다발이 없나' 하고 자주 땅을 쳐다보고 다녔어요.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지요.
생각이 어릴 때는 그 가난이 참으로 구차했으니까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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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공대생의 심야서재

공심님께서 착각하셨다면 저의 글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좋은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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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혜나무

수필 공모전에 당선 되는 것이 보시 뿐만 아니라 저의 명예에도 좋은데, 이것도 욕심인지 도무지 미역국만 멕이네요.
혜나무님께서도 공모전에 응모하고 계시지요?
열심히 소설이고 수필 가리지 말고 투고 해보시기를 강추 합니다.
실감해 주셔서 고맙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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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리지파파

시뮬레이션을 어떻게 해보셨습니까? ㅎㅎㅎ
하는 순간 행복했지요?
그런 희망 사항이 살아가는 데 가끔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만,
워낙 그런 방면에는 꽝! 인지라 아예 꿈도 꾸지 않습니다.
일요일이라 식당이 많이 바쁠 것 같습니다.
세월이 어렵더라도 힘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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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혜 Nov 22. 2020

@무신 김춘식

공감하신다고 ^^요?
매일 잘 보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무신님 글을 읽으러 갈 여가가 없네요.
조만간 놀러 갈게요.



Nov 16. 20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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