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늘의 미션은 '라면'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선호하는 라면 브랜드와 라면 종류에 관한 여러분의 취향을 소개해 주세요. 얼마나 자주 라면을 드시는지 혹은 그렇지 않다면 왜 라면을 선호하지 않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라면은 여러분에게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지 소개해 주셔도 좋습니다.
경제학 레시피 124쪽을 인용하자면 "세계 인스턴트 국구 협회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스턴트 국수(즉석면)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한국으로 1인당 1년에 79.7인분을 소비한다고 한다."
나는 일년에 10개도 먹을까 말까한 사람이라서 해당 안되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이삼일 전 '원조 삼양라면'을 내 방식대로 끓여 먹으며 사진을 찍지 못했다. 삼양라면 앞에 '원조'는 그동안 못보던 글이라고 느꼈다. '원조 삼양라면'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삼양라면은 확실하다. '인스턴트 국구 협회'의 '국구'는 국수의 오타인 듯하다.
사위가 라면을 좋아하여 신상품이 출시되면 꼭 사들고 왔다. 수시로 새로운 포장의 비빔면도 보였고, 수납장에는 다양한 인스턴트 면류가 정돈되어 있었다. 수납장은 손주가 여닫기 좋은 키 높이여서 매일 쑥대밭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려고 확인해보니 의외로 가지 수가 작았다. 새로운 비빔면 5개 봉지를 뜯어서 한 개 꺼냈다. 라면 갯수가 적어서 치즈와 계란을 함께 놓고 사진부터 찍었다.
라면의 물은 짐작으로, 동시에 사리와 스프와 건조분말까지 넣어준다.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려서 면을 넣어 익기를 또 기다리느니 아예 미리 넣는 것을 선호한다. 근래는 정량보다 물을 덜 붓는다. 혼자 가끔 라면을 찬물에 먼저 넣으면서 얼굴 붉어지는 옛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무려 40년도 더 지난 일이니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을 게다.
신혼 초 남편과 맏동서 댁으로 갔다. 동서는 점심 때 외출하였고 조카 두 녀석이 라면을 끓여먹자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라면은 알았으나 솔직히 내 손으로 끓여본 역사가 없었다. 참으로 진땀나는 순간이었지만 대애충 식탁에 올려놨다. 맛있다는 말은 당연히 없었다. 애초 자신 없이 시작한 일이라 기대할 바도 못되었지만 음식 솜씨 없는 티가 확 나버려서 부끄러웠다. 동서는 얼렁뚱땅 만들어도 멋지게 한 상을 맛있게 차려냈다. 그런 어머니 손맛을 먹다가 말로 표현할 관계가 아닌 라면을 먹으며 내다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종종 생각했다. 라면 봉지에 끓이는 방법도 나와 있건만 읽어보지 않고 대애충 퍼지게 끓였다. 꼬들꼬들한 식감은 오늘날까지도 즐기지 않는다.
라면은 내 아이들에게도 많이 끓여주지 않았다.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이유로. 물은 대애충 용기에 부은 뒤 바로 라면 투하하는 것을 본 아들은 나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들이 끓인 라면에 젓가락을 들고 거들었다. 젓가락을 챙길 땐 후각을 자극하는 유혹에 맛을 본다. 분말스프는 고유한 향이 있어서 먹은 후 트림할 때 이별을 예고했다. 소화력이 좋았다면 트림 때문에 역겨워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라면을 먹으려면 푹 삭은 김치는 필수다. 식성이 그러하니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가 라면을 좋아했다면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했을까.
게으른 사람이라서 작년부턴가 라면 끓이는 방법을 읽었다. 더하여 유튜브를 통하여 음식에 넣을 부재료의 용량을 살펴서 활용하고 따로 잊지 않게 적어두었다. 티브이로 먹방보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나는 잠들기 전 누워서 손주에게 먹일 것을 이것저것 보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근래는 골다공증이 애를 먹여서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기도 한다. 대애충 라면이 내게 가르쳐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라면을 먹을까, 어떻게 끓이면 더 맛있을까 그런 연구는 내 취향이 아니다.
라면 하나 끓이려다 서두가 길어졌다. 나는 편수 남비에 찬물을 짐작으로 대애충 부었다고 했다. 오늘은 '돈코츠 라멘'. 라멘이라는 용어가 일본을 연상케 했다. 나는 담백하고, 뒷맛이 개운한 맛을 지향하는데 나의 입맛에 맞을 듯하여 선택했다. 500ml 정량보다 적게 정수를 받았지만 확인 해보니 430ml. 늘 보던 라면의 면발이 꼬부랑이 아닌 미끈이었고 말아진 동그라미도 작았다. 라면의 모양조차 대애충 보고 넘겼을 내가 글 쓸 욕심에 세심하게 관찰한 셈이다.
430m가 든 그릇에 동그라미를 반 짜개지 않고 넣었다. 그리고 봉지를 돋보기 없이 다시 들여다보니 3분30초 끓여서 불을 끈 뒤 건조야채와 소스를 넣으라는 것 같았다. 평소 물이 끓으면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계란을 깨서 라면 속으로 떨어트리고, 그 위에 치즈가 녹도록 올리고 뚜껑을 덮는다. 대애충 그러면 되는데, 굳이 3분30초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소스를 찢어서 짤아내고 고명야채를 털어낸 뒤 계란과 치즈를 넣고 젓가락으로 저었다. 숟가락에 국물을 뜨고 뚜껑을 덮었다. 양조간장 향이 느껴지면서 혀에 닿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물이 끓을 동안 익은 면발이 알맞게 퍼졌을 것이니 1분 이상 뜸을 들이지 않았다.
식탁에 나무받침을 놓고 편수 남비를 올렸다. 뜨거운 맛을 지속시키려고, 설겆이 양을 줄이기 위해서 남비 그대로.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듬뿍 떴다. 치즈가 녹아서 간장 향과 어우러짐이 좋았다. 난시안경이 뿌우연해져서 벗고 먹는데 몰입하기로. 3시부터 50분 간 온라인 비대면 운동이 있어서 15분 안에 뜨거운 라면을 먹으려니 안경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다가 먹는 라면이지만 대애충을 벗어나서 변화된 나만의 라면 끓이는 방법은 정량보다 적게 붓으면서 치즈를 꼭 사용한다. 유제품을 먹기 위한 몸부림이었는데 의외로 국물이 구수하면서 담백하여 무조건 넣는다. 계란과 치즈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김치에 많이 의존하다.
대애충 인생을 살아왔다. 준비되지 않아서 대애충, 게을러서 대애충. 삶의 질에서 자신감이 결여되므로 대애충. 라면이 우습게도 대애충에서 벗어나도록 일조하였다. 글을 쓰며 느꼈다. '라면 무시할 것 아니네' 라면서. 무시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분말스프의 고유한 향이 싫었으나 물을 덜 넣으면서 분말도 양을 확 줄였다. 국물이 싱거우면 소금이나 치즈가 보완해주었다. 라면은 그동안 고유한 향이 싫다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파묻혀 있던 나를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니 존중받아 마땅하다. 오늘도 급하게 먹으며 싫은 냄새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사진 : 정 혜.
대문 사진 : 사위가 수집해놓은 라면류와 치즈 그리고 계란.
아래 사진 : 대애충 라면 먹기 전. 김치와 라면 궁합은 최상이다. 김치 용기는 냉장고에, 그릇과 수저만 씻어서 물기를 빼면 된다. 점심 한 끼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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