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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뤼 Jul 16. 2018

일본판 타짜, 카케구루이

타임킬링용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1. 도박에 미친 햣카오 학원


카케구루이(かけぐるい)나무위키에 따르면 도박광, 도박에 미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애니메이션 카케구루이는 일본의 정재계 거물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인 '햣카오 학원'에서 발생하는 도박게임을 소재로 다루었다. '햣카오 학원' 학생들은 일반 학교와 달리 '도박' 능력이 학업 성적, 운동 성적 등이 그들 간의 서열을 가르는 척도이다. 이들은 장차 일본의 사회 지도층이 될 신분으로, 학업보다는 술책과 행운 그리고 통솔력을 중시한다.

학업보다는 도박 능력이 중시되는 1류 사립 학교, 햣카오 학원

도박에서 져서 상납금을 갚지 못해 빚이 생기면, 남학생은'멍멍이',학생은  '야옹이'로 불리며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분류된다. 경쟁에서 지게 되면 어제까지 함께 어울려 지냈던 학우였지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게 되며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한번 가축으로 분류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패배자에게는 막대한 빚이 쌓이고, 그 빚을 갚기 위해서는 도박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빚과 집단 따돌림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의 도박을 선택하게 되면, 빚은 산떠미처럼 늘어나 졸업까지 남은 시간을 낙오자로 보내야 한다. 이 에니메이션은 벗어날 수 없는 늪같은 프레임 속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살아가는 '스즈이 료타'를 통해서 시작한다.

도박 게임에서 패배하면 가축으로 분류되어 집단 따돌림의 대상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런 거지같은 룰을 만든 존재는 현 학생회장 '모모바미 키라리'이다. 햣카오 학원은 이전에도 도박을 신봉하는 학교였으나, 그녀의 고등학교 편입 후 이전 학생회장과의 도박게임에서 이겨 학생회장 자리를 맡게 되면서 변화를 겪는다. 그녀는 상납금, 가축제도 그리고 인생계획표(학생회가 계획한 인생을 살도록 강요한 문서)라는 규칙을 만들어 학교를 통제하였다. 이 제도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서로 속고 속이는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2. 도박광, 쟈바미 유메코


영화, 타짜에서 아귀는 고광렬이 탄을 쓰는 것을 목격하고 다시는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그의 손을 망가뜨린다. 도박판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5:5 확률에 기대 승부를 즐기는 꾼들에게 금기시 되는 행동이다.

영화 타짜에서 탄을 사용한 고광렬의 손을 아작내는 아귀

카케구루이에서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세력들이 속임수를 사용해 도박을 이겨왔다. 카케구루이의 주인공인 쟈바미 유메코는 도박에 미쳐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사람이면서도 고도의 기억력과 상황 판단력을 지닌 캐릭터이다.
타짜, 신의 한 수, 도신, 카이지, 21 등의 영화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 도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쟈바미 유메코는 돈이 부족해서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도박을 통해 조여오는 극적인 순간에 오르가즘을 느낀다. 상대방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역이용하여 게임을 리드한다.

도박의 매력에 흠뻑 빠져 쾌락을 느끼는 쟈바미 유메코

그녀는 사오토메 메아리의 가축으로 분류된 '스즈이 료타'를 가까이 하고, 도박에서 딴 돈으로 료타의 빚을 탕감해준다. 한 번 가축은 영원한 가축이라는 그 동안의 관례를 깨버리게 된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여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은 정의감에 따라 결정한 것이 아니다. 쟈바미 유메코가 도박을 통해 얻은 흥에 대한 보상이었던 것이다. 스즈이 료타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며, 내레이션으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해준다.


#3. 속임수를 쓰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재미


도박 영화에서의 재미는 속임수를 쓰지 못하는 순간 확률에 의지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장면이다. 이 작품에서는 불리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상대가 파놓은 덫을 역이용하는 주인공의 전략적 플레이가 재미를 안겨준다.  게다가 고스톱이나 포커 등 일반적인 게임이 아닌 기억력과 확률을 계산하는 고도의 지능게임을 한다. 쟈바미 유메코는 '투표 가위바위보', '트럼프 짝 맞추기', '생사게임', '두 장 인디언포커', '초이스 포커' 등 다양한 종류의 도박을 즐기며 학생회 임원들을 격파해 간다.

도박이라는 게임이 우연성에 깃든 행운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속임수 속에서 전략을 세워 격파해나가는 도뇌게임으로 표현된다. 마치 포커와 바둑처럼 상대방의 수를 넘어 다음 수를 준비하는 모습 속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속임수와 그 속임수를 깨는 지능 플레이로 구성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우연 속 운에 모든 것을 의지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게임에서 지기도 하고 무승부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스즈이 료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짜릿함을 즐기는 쟈바미 유메코의 모습을 보고 카케구루이(도박광)이라 부른다.

학생회 간부 니시노토인 유리코를 격파하는 유메코(왼쪽) / 학생회장 모모바미 키라리와 대결하는 유메코(오른쪽)

#4. 이 영화에 대한 평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니, 필자처럼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타임킬링 용도로 보기를 권장한다.

도박은 뭐가 됐든 사행성이 있고, 노력과 기다림에 대한 가치를 져버린다. 한 방의 승부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우리 인생이 길기 때문이다. 도박이 멋있고 재밌어보이는 것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별 생각 없이 보고 별 생각 없이 지나가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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