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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뤼 Aug 09. 2018

내 가족만 아니면 되잖아...

 개인 이기주의, 한국 사회 현실을 담은 영화〈목격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


평범한 한국 남자 상훈(이성민 님)은 은행 담보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게 된다.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을 마친 후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경.  잠들기 전 맥주 한 캔을 즐기는 찰나, 집 밖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베란다로 가서 조심스레 보게 되니, 모자를 쓴 남성이 여성을 쫓아가 살인을 하게 되고 이를 술에 취한 상훈은 목격하게 된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여성을 살해하는 태호
살인사건을 목격한 성훈

살인사건을 목격한 상훈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찰나에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나온 수진(진경 님)이 거실 불을 켠다. 상훈은 다급히 뛰어가 불을 끄지만, 살인자 태호(곽시양 님)는 누군가 자신이 여성을 살인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불이 켜졌던 상훈의 집의 층수를 손가락으로 세어본다.

물마시러 나온 진경이 거실 불을 켠 장면(왼쪽) / 목격자인 상훈의 집 층수를 세고 있는 태호(오른쪽)


평범한 40대 가장, 상훈


상훈은 술이 취한 상태이지만, 살인자가 자기 집으로 향할 것이라고 여겨 현관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야구 방망이를 끌어안고 숨는다. 기다리다 깜박 졸다 보니 새벽 4시. 꿈인지 생신지 모를 찜찜함을 뒤로하고 졸던 몸을 일으켜 방 안으로 향한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살인사건이 꿈인지 진실인지 확인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살인자가 올까 두려워 문 밖을 조심히 여는 상훈 (왼쪽) / 졸다가 일어난 새벽 4시(오른쪽)

이 장면을 통해 영화 속 상훈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과 은행 지분이 더 많은 집 밖에 없는 40대 중년 남성, 보통 사람이다.

상훈은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 그는 지인 가족의 억울한 교통사고에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골치 아픈 일에 끼여 곤란해지는 것을 꺼린다. 물에 빠진 사람 건졌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며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을 도와주려는 손길인지 절도인지를 의심하는 사회
이성에게 구타당하는 여성을 구해주었더니 부부싸움에 끼여 피해 보상하는 사회
길 잃은 아이를 돕기 위해 내민 손길이 유괴로 오해받는 사회
좋은 마음으로 먹을 것을 나누었지만, 음식이 상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회

마음에 우러나 베푼 친절이 괜한 오지랖으로 손가락질받는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보고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입을 다물라고 실제 생활 속(가정, 학교, 일터)에서 사회생활지침을 주입받는다. 내 가족이 피해를 겪을 수 있고, 다칠 수 있음에도 실제 위험이 닥치기 전까지는 무리에 섞여 불똥이 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간절히 도움을 구하는 주변의 외침에 귀를 막는 것이 지혜로운 사회생활로 보인다.


잔혹한 사이코패스 태호

영화 속 가해자인 태호는 목격자들을 감시하며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처리를 한다. 목격자 중 한 명이 살해를 당하는 것을 목격한 상훈은 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신호를 태호에게 전달한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내와 딸을 지키는 것이 그에게는 정의구현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주변의 손길을 방관하던 상훈은 함께 사건을 본 목격자들이 하나 둘 태호에게 당하는 것을 보며 입 닫고, 눈 가린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님을 직시한다. 상훈을 향해 조여 오는 위협 신호가 다가올수록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심정 변화 연기를 보며 국민 배우 이성민의 연기에 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함께 살인 현장을 목격한 윤희원(정유민 님)이 집에 방문하여 경찰에 같이 신고하자는 부탁을 뿌리칠 때의 연기는 절윤했다.



영화 속 아쉬운 점들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스릴러 영화로서 소재는 참 좋았다. 스릴러 영화의 성공작으로 뽑히는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곡성', '황해' 등과 비교했을 때, 관객들이 숨을 참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 적었다.

성공적인 한국 스릴러 영화, 추격자/곡성/황해

사이코패스인 태호(곽시양 님)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넣어둔 폭우로 인한 산사태는 CG처리도 엉성했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컸다. 영화 기획에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좀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추운 겨울에 고생하며 만든 영화이니, 부디 좋은 성적 거두시길!

영화를 보기 전 접한 부정적 리뷰로 기대 수준이 낮았기에 나름 괜찮았다. 하나, 공작/신과함께/맘마미아2 등의 작품들과 경쟁에서는 흥행하기엔 쉽지 않다. 최근, 희대의 망작이라고 불리는 '인랑'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지는 않겠지만 이준익 감독의 변산처럼 배우와 감독이 영화 홍보를 위해 힘찬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총평


영화 목격자는'정남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뉴스를 통해서 '묻지마 범죄', '사이코패스 범죄' 등 인과관계없이 벌어지는 범죄사건은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코자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웃이 위험해졌을지 모른다는 걱정보다, 흉흉한 소문에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실제 우리 주소이다. 영화 '목격자'는 본인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꺼리는 개인 이기주의와 소속된 집단에 피해를 끼치는 대상에게 다수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이기주의를 띄는 한국 현실을 담은 영화이다.

태호에게 쫓기는 상훈, 그리고 사건 현장을 탐문중인 재엽(김상호 님)

최근 한국에서는 본인 일이 아니면 주변에서 나타나는 일에 관심을 끄라고 종용받는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줄 공권력 또한 복잡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를 도와주기에  한계를 지닌다. 특히 주거공간인 아파트는 프라이빗 공간이기에 법적 감시체제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신고를 했을 때, 책임회피를 위해 대처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영화의 메가폰을 쥔 조규장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의미를 담은 영화다워졌다.



시사회 특별한 종영회 무대인사


이번 시사회에서는 엔딩 크레디트가 끝난 후,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스크린 앞으로 나와 무대인사를 했다. 무대인사가 다 끝난 후에는 V.I.P.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영화 홍보를 위해 힘써달라고, 부정적인 리뷰를 삼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아래 화면을 선택하면 시사회 무대인사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자막 기능을 활성화하신 뒤에 보시면 감독과 배우들의 영화 홍보에 대한 의지가 돋보입니다.
목격자 시사회 종영관 무대인사. 자막 열고 보세요 ^^   

앞서 진행된(8/7) 시사회에서 부정적인 리뷰가 많았기에 대응의 필요했을 것이다. 개봉도 하기 전에 부정적인 리뷰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할 것을 우려한 감독과 배우의 힘든 발걸음이었다.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 손을 붙잡고 일일이 악수하는 세리머니는 매우 인상 깊었다.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려이 영화 목격자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갖고 집으로 향하게 만들어주었다.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 전원과 퇴장인사를 하는 감독과 배우들
8/7, 목격자 시사회를 다녀 간 관객들의 부정적인 리뷰


키노 라이츠 초청 시사회를 통해 먼저 관람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 담긴 힘들었겠지, 그래도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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