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현재진행형

by 글렌 애덤슨 & 줄리아 브라이언-윌슨

by 봄봄


보는 순간 시각과 청각을 압도하는 다채널 영상 작품, 금을 아낌없이 사용해 고급보석상에 있으면 어울릴것 같은 사치스러운 작품, 초대형 스케일로 만든 야외 조각품. 실물이나 온라인으로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미술품이다. 이런 작품은 ‘아무개 작가의 작품’이라 불리지만, 작가 혼자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복잡한 공정과 전문적 제작 기술이 필요한 작업을 혼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렌 애덤슨과 줄리아 브라이언-윌슨이 쓴 <예술, 현재진행형>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현대 미술에 쓰이는 재료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술가만큼이나 다양하다. 안료나 디지털 기기뿐 아니라 목수, 공장, 컴퓨터 프로그래머,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댄서 등 각 분야의 숙련된 전문가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미술 제작에 디지털 기기가 각광받는 이유는 아이폰 앱으로 그림을 그리는 호크니의 입을 통해 설명한다.


그것은 언제나 내 주머니 안에 있다. 원하는 색깔을 얻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거나, 쟁탈전을 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는 누구든 작업을 즉시 시작할 수 있다는 즉흥성이라는 엄청난 장점이 있고, 이를 이용한 활동에는 생생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활동을 끝마치면 어질러진 것이 없다. 치울 것이 없다. 기계를 그냥 끄면 된다. 더 좋은 건, 보내기를 눌러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같은 즉각성을 경험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에는 아주 친밀한 무언가가 있다.”



미술품을 만드는 일이 미술가의 작업실 안에서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작업 방식을 벗어나면서 작가의 아이디어를 형상화하는 작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었다. 대형갤러리의 유명한 전속작가라면 고가의 특이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하고 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사치스러운 재료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저자들은 이런 방식이 럭셔리 브랜드가 시장에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과 같다고 본다. 최고로 숙련된 장인이 최상의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처음에는 제작 공정에 과잉으로 투자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미술관이 대형화하고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전시회가 유행하면서 작가들은 거대한 작품 제작에 더욱더 매달리고 있다. 저자들은 큰 자본과 외주제작이 필수적인 초대형 스케일의 작품을 전시하는 경우, 작가의 아이디어와 이를 형상화한 작품의 의미보다는 작품의 물리적 규모에만 관심이 쏠린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작자가 작가의 아이디어와 의도를 넘어선 작품을 만들게 되는 문제점도 언급한다.



미술품 제작이 수많은 사람의 재능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면, 과연 그 미술품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작가의 것인지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도 저자로 인정해 줘야 하는 지의 문제도 생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이름을 알려줘야 할까? 하지만 여기에도, 저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문제가 발생한다. 작품 제작에 관여한 작업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예술, 현재진행형>에는 미술품에 쓰이는 재료와 제작방식을 설명하면서 제작을 담당하는 기술자나 작업실의 보조 인력이 저임금이나 무임금 노동의 희생자가 되고 미술품 제작이 경제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트렌드를 비판하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책 자체가 미술계 내에서 자행되는 부조리나 경제적 불평등을 전면적으로 폭로하거나 논의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미술품에 사용된 다양한 재료와 공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조각품, 설치작품, 퍼포먼스의 예를 많이 든다. 이런 장르는 회화에 비해 낯설기는 하지만, 현대미술의 창의성과 풍부함을 보여줘서 읽는 내내 즐거운 지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술품을 볼 때 작품 자체의 심미성과 작가의 의도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재료와 제작 방식을 생각해 보라는 조언으로 끝을 맺는다. 이제 전시를 보러 가면 작품의 재료와 투입된 자본과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작가의 능력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잠시 멈춰 서서 작품에 사용된 재료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손길과 생각과 자원이 그 창작에 관여했는가를 생각해 볼 때, 우리는 그 예술품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반대로 어떤 비밀 유지 계약이나 혹은 순전한 부주의로 인해 작품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제한할 때마다, 작품이 갖는 의미의 일부를 지워버리게 된다. 물론 현대미술이 세상에 제시하는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예술의 실질적이면서 중대한 측면을 온전하게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제작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