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역사-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by 샬럿 멀린스

by 봄봄


미술사를 400쪽의 책 한 권으로 정리한다면 어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야 할까? 미술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하고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까?



<예술의 역사-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는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물감에서 시작해 21세기 초의 미술까지 다룬다. 40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시대별로 저자가 선택한 주요 작품과 작가와 미술의 흐름을 소개한다. 저자는 서양미술사보다 더 넓은 시야로 미술사를 설명하고자 중국과 아프리카와 무굴 제국의 미술을 끼워 넣기는 했지만, 결국 이 책은 서양미술사이다. 시대별로 간결하게 소개하지만 내용은 깊이가 있다.



각 장의 시작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 장의 주제를 대표하는 미술가의 작업실, 작품이 놓일 장소 또는 전시장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1819년 7월, 테오도르 제리코는 붓을 내려놓는다. 작품이 완성되었다. 그는 지난 9개월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광적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가로 7미터, 세로는 거의 5미터에 달하는 캔버스를 난파선 생존자들의 감정으로 채웠다. 바다 멀리 떨어진 작은 뗏목에는 아프리카 군인들, 지중해 출신 선원들, 그리고 창백한 프랑스인 시체가 타고 있다.”



책에서는 여성 예술가를 소개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처음 등장하는 여성 미술가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소포니스바 안귀솔라이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일하는 여성이 드물었던 시대에, 뛰어난 남성 예술가의 재능을 훌쩍 뛰어넘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여성 예술가만이 그나마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녀들은 때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했다. 19세기의 로마는 여성들이 그나마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도시였다. 미국 여성들, 백인이 아닌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저자가 소개하는 여성 미술가의 숫자는 늘어난다.



저자는 16세기말에서 17세기 전반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라비니아 폰타나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를 기점으로 여성 예술가에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젠텔레스키와 폰타나의 업적은 여성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순간을 일깨운다. 이들에 앞서 성공한 여성 예술가들이 있었다. 호렌바우트나 소포니스바 안귀솔라처럼 왕과 왕비를 그리거나 플라우틸라 넬리처럼 성공적인 수녀원 미술학교를 운영한 여성 예술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 알다시피 그들은 원칙이 아닌 예외로 등장한다. 젠텔레스키와 폰타나에 이르러서는 무언가가 달라진다. 그들은 성서의 장면, 여성 나체 같은 전통적으로 남성이 그린 주제를 맡아 다른 시각에서 보여준다. 강인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그들이 그린 여성에게 힘을 부여한다. 이들은 생전에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피렌체와 로마의 남성 중심적인 미술 아카데미에 들어간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젠텔레스키와 폰타나는 여성 화가도 남성과 동등하게 (남성)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요즘의 미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현대의 미술은 작가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종교나 권력의 강화 같은 목적성이 있는 작품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사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현대 사회의 틈을 보여주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알쏭달쏭하고 거칠고 매끄럽고 쓰레기 같고 가끔 아름답기도 하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공동의 문제를 상기시키고, 일상의 압박감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공감하게 만든다. 결국 미술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현대미술의 쓸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