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by 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by 봄봄


인기 있고 유명한 현대미술가라고 하면 특별하고 독특한 재료를 쓰고, 기괴하거나 또는 흠잡을 때 없이 매끈하고 세련되거나 아니면 최신 유행의 신기술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캔버스 평면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면 어딘가 고루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평생 회화를 고수하며 현대미술계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이다. 아이패드와 사진기술을 이용하지만 여전히 그가 창조해 내는 작품은 회화이다.



1937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호크니는 젊은 시절에는 게이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줄곧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행운의 아티스트이다. 또한 지금도 열심히 담배를 피우고 있는 헤비 스모커로, 담배를 모든 병의 근원으로 죄악시하고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세태를 비판한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책의 저자인 마틴 게이퍼드와 대화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호크니가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에서 지내면서 주변 자연을 관찰하고 이를 작품으로 펼쳐내는 동안 나눈 대화가 중심이 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쉽게 설명하는 능력, 게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의 평생 탐구 과제인 시선에 대한 관점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호크니가 시점과 시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이미지와 관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사진은 찰나를 담아서 시간과 공간이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태양과 지구가 떨어져 있는 거리를, 실제 해를 바라보는 우리는 느끼지만 카메라의 렌즈는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거리를 담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도 담지 못하니 결국 눈으로 보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일몰과 일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 한순간이 아닌데, 사진은 일몰과 일출을 한순간에 찍으니 아주 전형적인 방식으로만 찍고 결국 사람들은 사진을 보며 그것을 일몰과 일출의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회화에는 시간의 경과가 반영된다. 야외에 나가 그림을 그리면 그림자가 시시각각 변해서 결국 그림자를 그리는 그 시간에 보이는 그림자를 그림에 그려 넣게 되는데, 이럴 경우 뭔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그림에 시간을 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호크니는 매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내일이 오는 것을 고대하면서 사는, 정말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만족감이 극대화되는 무아지경을 경험한다.


정말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에는 나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라고 여기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생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릴 때 그런 상태가 됩니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개의치 않습니다. 몇 시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자주 그런 상태가 되곤 하죠.”



호크니의 그림은 색감이 화려하고 밝은 대낮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많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밤을 묘사한 그림도 많이 나온다. 보름달과 달무리가 묘사된 봄과 가을의 밤풍경은 분명 깜깜한 밤인데 어둡지 않고 밝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호크니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들어가 있기 때문인가 보다.



최근 회화만 하는 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설치를 하거나 비디오 작품을 하다가 다시 회화로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고 말이다.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이 바로 회화라는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미술의 주류였던 회화는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디어와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고 있는 현재에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림을 고수한다. 회화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여전히 수많은 작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