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새 나라 새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by 봄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국립중앙박물관, 2025.6.10~8.31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나는 과거의 유물을 주로 전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거의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차를 마시게 되면서 도자기에 관심이 생겼고, 특히 순청자와 순백자가 좋아졌다. 도자기를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시기에는 상설전시관은 정말 한산했다. 한동안 고요한 전시실에서 나 혼자 도자기를 마주하는 사치를 부렸다.


하지만 이제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국민과 해외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방문지가 되었다. 상설전시관도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할 만큼 사람이 몰리고 언제나 붐비는 기념품숍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방학과 휴가기간이 겹쳐 엄청난 인파가 방문하는 여름에 굳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간 것은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이라는 특별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조선 전기의 도자기를 대거 전시해 놓았다고 하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세워진 후 16세기까지 약 200년간 미술의 변화와 발전상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도자기뿐 아니라 서화와 불교미술도 전시한다. 전시품이 690여 작품에 이르는 대규모 전시로 국보 16건과 보물 63건이 포함되었다. 전시는 이번 달 말인 8월 31까지 진행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기 전에 새 나라의 탄생을 꿈꾸며 불교 성지인 금강산에 모셨다는 백자와 청자가 장엄하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리고는 현대적 문양의 분청사기와 고아한 자태의 백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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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품 중에서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은 실생활에서 쓰고 싶은 작은 기물들이다. 손잡이가 달린 앙증맞은 백자잔으로는 차를 마시고 싶어 진다. 굽이 높은 잔인 고족배(‘고블렛’과 모양이 비슷하다)로는 술을 마셔보고 싶다. 뿔모양의 특이한 잔도 있는데, 활쏘기에서 진 사람이 벌주를 마시던 잔이라고 한다. 운동신경이 둔한 나로서는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활쏘기 시합하는 날은 진탕 술 마시는 날이 되었을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에 이르면 도자기로 가득 찬 벽면을 만난다. 현대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어울릴 세련된 미감을 보여주는 자그마한 분청사기와 백자가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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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자기를 보고도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른 욕망을 건드리게 된다. 나에게 박물관은 물욕이 넘치도록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도자기를 보면 볼수록 갖고 싶고 사고 싶어 진다. 도예가라면 자신의 작업에 더욱 정진할 열정을 불태우게 될 것이다. 우연히 두 명의 관람객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도예가인 듯했다. 도자기를 하나하나 천천히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토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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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서화 작품이 출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선 전기는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의 화풍이 유행하던 시기로 안견 풍의 산수화도 전시되어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관료들의 모임을 그림으로 그리고 참가자의 신상을 기록한 계회도였다. 계회도는 모임참가자 수만큼 그려서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복사기도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절, 고된 노동과 낭만이 교차한다.


서화 전시실을 지나면 금빛 불상으로 가득한 전시실이 나온다. 조선시대는 유교사상이 지배한 시대였지만, 조선 초기에는 고려에서 이어진 불교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해 주는 종교였다.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살짝 미소 짓는 표정이 어린이처럼 보여서 귀여운 인상을 주는 부처와 관음보살은 쳐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불상을 항상 앞에서만 봤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옆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척추를 꼿꼿이 세운 불상의 옆모습에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조선의 도자기, 서화, 불교미술 중 하나라도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이다. 나에게 이 전시는 도자기 전시였다. 도자기 전시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서화는 설렁설렁 걸어 나오며 슬쩍 보고 그나마 관심이 있는 불상은 천천히 산책하듯 전시실을 몇 바퀴 돌며 관람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아는 만큼밖에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