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페이스갤러리,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

by 봄봄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

페이스갤러리, 서울, 2025.10.31~2026.01.10




이번 가을에는 김환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마침 페이스갤러리에서 김환기의 전시를 연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두 작가가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창작한 추상화를 전시하고 있다. 김환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아돌프 고틀립의 작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과연 어떤 식의 연관성이 있을지 호기심을 갖고 전시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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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1913~1974)와 미국작가 아돌프 고틀립(1903~1974)은 모두 1963년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가한다. 한국 대표로 상파울루에 간 김환기는 아돌프 고틀립의 대형작품이 전시된 넓은 미국관을 보게 된다. 고틀립의 작품도 좋았지만 수많은 대형작품을 전시할 여건이 되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 미술가의 상황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후 뉴욕에서 작업하게 된 김환기는 고틀립과 교류하면서 로스코의 작업실도 같이 방문한다.



전시는 두 개의 개인전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페이스갤러리 2층 전시실에는 김환기의 작품을, 3층 전시실에는 고틀립의 회화를 걸어서 하나의 전시가 아니라 각 작가의 개인전처럼 보인다.



김환기의 전시실에 들어가면 보라색 전면점화와 핑크색의 사방구도 추상화가 눈에 띈다. 김환기의 회화는 푸른색 작품이 많은데 이번 전시에는 푸른색이 아닌 다양한 색감의 추상 작품을 보여준다. 전면점화가 완성되기 전 추상작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1967년에서 1968년에 걸쳐 작업한 동그라미와 곡선으로 이루어진 추상화와 사방구도 회화가 대부분이다. 환기재단 소장품이 포함된 전시작품은 모두 비매품이다.



아돌프 고틀립의 작품은 톤 다운된 분홍, 초록, 노랑 등 여러 가지 색이 들어가 있는데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작업한 단순한 원형과 선을 이용한 추상화는 명상적이고 평온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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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상업갤러리 전시에서 큐레이팅을 기대하는 것이 가끔은 무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전시였다. 두 작가의 추상화를 어떤 식으로 같이 조화시켜 전시했을까 기대하며 방문했는데 그런 식의 기획은 전혀 아니었다. 김환기와 아돌프 고틀립의 추상화에는 날카로운 분위기는 전혀 없고 곡선과 원형이 주는 부드러움과 평온한 분위기가 닮았다. 이런 두 작가의 작품이 대화하는 식의 전시가 가능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깊어 가는 가을에 두 작가의 멋진 작품을 감상한 것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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