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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카 Aug 30. 2022

느리지만 진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련다.

희망을 바라보며

문득 요즘 들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이 든 탓일까?

일상에서도 무엇인가를 하다가도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되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할 때도, 예전이었으면 휙휙 지나갔을 풍경들을 이제는 눈여겨보며 이래저래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기도 한다.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은, 과거의 나에게 말을 걸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싶은 탓일까, 아니면 조금은 나도 나이 들어 여유를 가지게 돼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전의 나, 과거의 나를 떠올리는 것은 무섭기도 하다. 실수로 점쳐진 세월들, 미숙한 대처와 행동들, 그리고 여러 가지 부끄러운 기억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이로 그런 기억들을 무조건 부끄럽고 나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대함으로 바라보게도 된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겪기 마련이니까.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교내 생활 중간중간 어떤 상도 받은 적이 있긴 하다만, 그것이 주요 과목 성적이랑 직결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결론적으로 사회적인 관점으로는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교양 과목이나 부과목으로 책정된 과목들 음악,체육 등등 다른 과목에서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더 관심을 가졌었던 것 같다. 그때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그 계통으로 공부하고 일하고 여러모로 분투 중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어릴 때 음악에 관심을 가졌었던 영향으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중간에 공백이 꽤 길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는 지금과 전혀 무관한 일반고에서 공부하지 않은 학생으로, 꿈이 없는 학생으로, 살아왔고 고등학교 거의 마지막 시기에 우연한 친구의 권유로 예술의 세계를 접하게 되며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음악의 길을 택했지만 정말 무수한 방황을 하며 방랑자 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도 자퇴해보고 돌고 돌다가 군대도 전역하고 그리고 한국을 몇 년 떠나있기도 하며, 세계를 여행하며 한 때를 보내기도 했었다. 뭔가 이 조각 저 조각 너무 파편이 많아 이게 하나의 거울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에서 바라보면 하나를 관통하는 물줄기가 보인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남겨놓고 온 발자국들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걸어왔던 삶을 관통하는 연결 고리가 보인다.


예전에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 그런지 몰라도 뒤는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달리고 또 달렸다 옆은 볼 새도 없이. 지금도 여전히 분주하게 앞을 향해 항상 가지만, 이제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나에게 조금이나마 더 여유가 생기니 타인에게도 조금 더 관대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기도 한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뜻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지금까지 나도 나만의 발자국을 남겨온 것이다.                    

내가 남겨 놓은 발자국은 이제 어디로 나를 인도하는 것일까.

나는 의지가 있는 한 주체다. 하지만 나의 의지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무조건 발자국을 옮겨주진 않는다 여러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때에 따라서 원하지 않는 발자국을 남겨야 할 때도 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꿈과 소망을 품고 있다 이 길로 발자국을 놓기를 원하며, 인도되기를 원하며. 어떤 희망하는 바에 다다르거나 꿈으로 향하는 길은 기대감과 항상 두려움이 같이 공존한다.


그 방향으로 열심히 길을 걸어가지만 가다가 유턴을 해야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아예 길에서 추방당하여 다른 길을 타야 될 수도 있다. 그로부터 따라오는 결과는 모두 자신이 감당하여야 한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어떨 때는 ‘꿈’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기가 무서울 때도 있다. 기대감과 두려움이 균등하게 50:50 비율로 있다가 어느 순간 두려움이 50을 넘어 60,70이 되어버릴 때, ‘꿈’이라는 단어는 무서운 단어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에 못 다다르고 결국에 원하지 않는 발자국을 놓을지라도 나는 그 길로 향해보고 싶다. 조금이라도 그곳에 근접해 보기 위해, 그나마 가까운 발자국을 놓아보고 싶은 마음에. 

발자국이 다른 곳에 놓일지라도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만들고 싶다.

그래야만 나의 발자국이 아닌가.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나에 의한 것이어야. 나의 의지가 투영된 발자국이어야만 진정한 나의 발자국이고 그런 발자국이 짙고 깊게 박힌다.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아팠었다 너무나. 나 자신을 끝없이 비하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하염없이 걸을 때도 있었고,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혼자 세상 다 등진 사람처럼 하고 다니기도 하고, 끝없는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으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발자국은 단 한 번도 놓인 적이 없었지만 하지만 이것들조차도 이제는 조금은 관대하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픔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기는 하지만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때로는 원하지 않는 곳에 놓인 발자국이 새롭게 이어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많은 아픔과 그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기 위하여 많은 고통을 겪고 인내를 하고 수많은 기다림이 나를 기다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때로는 느리고 원하지는 방향일 수 있겠지만, 그 느린 발자국을 깊고 진하게 한 땀 한 땀 조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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