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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Aug 26. 2022

일상에서 찾는 글감

우리도 그녀들처럼

시원한 맥주를 포기하려고 하다니,

그러지 말고 알코올이 들어있는 맥주를 포기해.

요즘 너는 분위기에 취하는 게 좋다고

무알콜 맥주를 마시고 있잖아.

분위기는 인정해주자. 


그럼 나는 무엇을 포기해야할까?

역시 커피겠지?


그나마 요즘은 믹스커피 대신 블랙커피를 마시지만

비오는 날이나 당이 떨어지는 느낌의 날에는

꼭 필요한 게 믹스커피야. 


이환천 작가의 믹스커피라는 시 읽은 적 있니?  


내목따고
속꺼내서
끓는물에
넣오라고
김부장이
시키드나


진짜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인데 

삶의 애환이 느껴지지 않아?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내는 능력이 

작가의 힘인 것 같어.


넌 믹스커피를 언제 처음 마셨어?


나는 6살쯤 할머니 댁에서였어.

그곳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였는데

사람 만나기 좋아하시던 할머니를 찾아

점심시간이 지나면 동네 친구분들이 오시는거야.

대부분은 자식자랑, 속썩이는 남편 때문에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들을 하느라 시끌시끌했어. 

가끔은 점10원 내기의 고스톱도 벌어지고 말야.


그 시간에 할머니는 주전부리와 찬장에 들어있던

하얀색 작은 잔에 믹스커피를 내오셨어.

지금이야 목 따서 끓는 물에 붓기만 하면 되지만 

그때는 커피 2, 프림 2, 설탕 2을 작은 티스푼으로

넣어서 뜨거운 물을 부어서 휘휘~저어내면

그 향이 얼마나 좋았던지. 


할머니들이 드실 때 그 향이 너무 좋아서 

바라보면 조금씩 남겨주시면서 먹으라고

주셨는데 달달한 것이 뭔지 모르게 공주가 된

기분에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고

분위기 있게 먹는 내 모습은 할머니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였을 거야.   


그때의 추억때문일까?

믹스커피를 끊는게 너무 힘들었어.

내 건강을 걱정하던 너의 그 모진 구박(?)들을

견디게 할 만큼말야.


아~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갔다. 


내가 하려고했던 이야기는 

일상을 눈 크게 뜨고

잘 지켜보자는 거였어. 

우리도 일상에서 멋진 글감을 찾아서 

더 멋진 글을 쓸지도 모르니까. 


그런 의미로 내가 맥주로 

이환천 작가 따라해볼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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