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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Sep 13. 2022

지금은, 감사해

우리도 그녀들처럼

코로나 후유증은 없어?

나는 5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후각과 미각이 없어. 

조금씩 돌아오고는 있는데 

완벽하진 않아. 


팔공산에 드라이브를 갔는데 

가족들은 모두 풀냄새 좋다고 하는데

난 아무 냄새가 안 났어. 

풀냄새 맡고 싶은데 말이지.


후각과 미각은 당연히 내게 주어진 것이였기에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몰랐어. 

사람이 이렇게 아둔해. 

언제나 잃어야지만 소중한 걸 알게 되더라.


추석 명절엔 식구들 모두 집에서만 보냈겠구나.

난 친정에 다녀왔어. 


늘 하던 생각이지만,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무거워. 


시어머니가 편찮으신 집은 집대로,

여동생이 아픈 친정은 친정대로. 

내게 고민거리를 줘. 


“어떤 삶을 살아야 모두가 행복할까?”


욕심이지? 

모두가 행복할 순 없을텐데

너의 말대로 K-장녀의 오지랖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친정엄마는 

여동생이 눈 수술을 했을 땐,

시각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건강하기만을 기도했어. 


그런데 조금씩 낫고나니까.

자기 밥벌이를 했으면 좋겠고, 

자기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대.

언제까지 본인이 옆에 있어줄수는 없으니까. 


여동생은 뭐랄까. 

자기가 하는 일에 묵묵한 스타일이야. 

나는 내가 뭐 하나 하면 생색을 내는 스타일이고. 

그러니 엄마가 동생의 생각을 모를 수 있지. 


여동생은 자기의 문제를 얘기 하는걸 좋아하지 않아.  

여동생이 미용실을 접을 때,

세무서에 신고를 폐업신고를 하면서 

매출을 계산해보다가 

나는 왜 내 동생에게 이렇게 무심했을까?

싶은 마음에 얼마나 울었나 몰라. 

수술해야 한다는 말에도 울지 않았는데 말야. 


대책없이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잘 버텼더라고. 

그래서 기특했어. 


동생이 작년부터는 유치원 방역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해. 

말이 좋아서 방역요원이지 청소를 하러 

다니는 거지만, 

자신의 커리어, 타인의 시선들 모두 감안하고

씩씩하게 티 안내고 다니더라.

나는 내 동생이 참 기특해.


엄마는 자신이 없을 때 

여동생이 시집간 내게 짐이 될까봐 걱정을 하더라.

그건 여동생과 내 문제이고 

짐이 된다고 한들 그건 내 문제니까

엄마가 거기까지 신경쓰지 말라고해도

그게 안되나봐. 


요즘은 존재로만 감사하다는 말을

곱씹어 보게돼.

지금 친정엄마가 계셔서,

시어머니가 계셔서 감사하고

여동생이 있어서 감사해.


앞으로 이 감사함을 잊고 또 흔들릴때가

있겠지만,

지금은 이 감사함을 꼭 표현하고싶네.


갈때마다 여동생이 발톱을 깎아달라고 하는데

발톱을 깎아주다가 

왜 어머니 발톱을 깎아드리는건 귀찮아했을까?

하는 생각이들었어. 


오늘은 집에가서 어머니 발톱 깎아드려야겠다. 


친정 다녀온 뒤라 말이 많았어.

니가 2주동안 밀렸던 것들 해결하면 

또 다른 얘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겠지? 


아침에 쌀쌀하더라. 


감기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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